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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처한 이집트 '국영 빵집'…재정 탓 폐업 위기

<앵커>

수십 년 전 구 소련에선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서 빵을 배급받던 국영 빵 가게가 있었죠. 이집트에는 아직도 이런 국영 빵집들이 남아있는데 서민들을 먹여살려 온 이 빵집이 재정 적자 때문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카이로에서 윤창현 특파원입니다.



<기자>

카이로의 한 주택가 골목.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허름한 구멍가게에 몰려 듭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집트의 국영 빵집입니다.

빵 가게 안에선 소금으로 간을 맞춘 밀가루 반죽이 쉴 새 없이 빚어지고, 가스 화덕을 통해 먹음직스럽게 부풀어 오른 이집트의 전통 빵 '아에쉬'가 쏟아져 나옵니다.

빵집 앞은 어느 새 갓 익은 아에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압델 아지즈/카이로 시민 : 가난한 서민들은 아에쉬와 콩 요리를 주로 먹습니다. 고기나 다른 야채는 엄두를 못 냅니다.]

1만여 곳에 달하는 국영 빵집은 전통빵 아에쉬 공급량의 70%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매년 수천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국영 빵집의 아에쉬 가격을 수십 년째 공짜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살라/카이로 시민 : 50 피아스타(한국 돈 1백 원) 정도면 아에쉬 열 장 정도 살 수 있습니다. 아이들 다섯은 먹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5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 온 국영 빵집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밀가루 가격 폭등에 재정적자까지 겹쳐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국영 빵집에 대한 지원이 중단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세인/카이로 시민 : 아에쉬 보조금이 끊기면 빵 값이 올라서 많은 서민들이 아예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막대한 재정적자 해소와 '빵을 달라'는 시민혁명의 요구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국영 빵집의 현실은 이집트 새 정부의 경제 개혁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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