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강남의 한 은행을 털던 김 모 씨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그는 영어를 사용하며 우리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는데 경찰 조사결과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돼 30여 년을 살다 강제로 추방된 한국인임이 밝혀졌다.
김 씨는 2살 때 미국으로 입양되어 농장을 하는 양부모 밑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양부모가 사망하면서 양부모의 지인들이 나타나 양부모의 재산을 모두 가져갔고 주변의 유혹에 빠져 갱단활동을 하고 마약과 폭력 등 범죄를 저질렀다.
결국 그는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되었고, 7년 형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이민국은 김 씨가 불법 체류자라며 한국으로 강제 추방했다.
자신에게 미국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2007년 한국으로 돌아왔고 상당 기간 영어강사로 일했지만 마약 전과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생계가 어려워지자 은행 강도를 저질렀다.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들은 현지에서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양부모의 시민권 신청이 있어야만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김 씨의 양부모는 이 절차를 밟지 않았고 그는 자신이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모른 채 계속 한국 국적으로 살았던 것이다.
실제로 김 씨처럼 강제 추방된 미국 입양인들은 10여명.
그들은 모두 국내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매튜와 몬티의 경우도 그랬다.
이들은 모두 어린 시절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외로 입양이 되었다가 또 다시 타의에 의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60년 동안 약 2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었고 아직도 한 해 1천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된다.
그러나 아이들이 양부모에 의해 시민권을 취득했는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입양사후 관리에 대해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행이 지난 2001년 입양과 동시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미국 시민권 취득에 대한 법이 개정되어 2001년 이후 입양된 입양아들의 시민권 취득 절차가 간소화되었지만 2011년 이전에 입양아들의 시민권 취득 현황은 알려진 바가 없다.
시민권자가 아닌 신분으로 범죄를 저질러 한국으로 강제 추방당하는 입양인들의 수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서야 보건복지부가 해외 입양인들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떠났고 또 다시 타의에 의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입양인들의 실태를 《현장 21》에서 취재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