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극적 수해보도, 외부 지원만이 목적인가?
그런데, 북한의 최근 수해보도를 단순히 외부 지원을 염두에 둔 목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수해 지역이 매우 광범위하게 소개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14일 수해 관련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했는데, 비 피해 지역을 헬기로 촬영하는 ‘파격’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개천시, 안주시, 수동지구, 단천시, 룡양지구, 대관군, 운산군, 성천군의 피해 상황을 연달아 방영하기도 했다. 외부 지원을 목적으로 했다고 보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수해 현장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또, 북한은 이번 수해 보도에서 복구 현장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9일 개천시 조양탄광 지역의 복구가 밤을 새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방영한 데 이어, 14일에는 이렇게 주야간에 걸친 복구작업으로 단 나흘만에 조양탄광 지역의 모든 복구가 완료됐음을 선전하는 후속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특히, 조선중앙TV는 9일 프로그램이 당일 새벽 3시에 촬영됐음을 밝히면서, 수해복구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조선중앙TV가 주민들에게 속보성으로 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달라진 수해보도는 김정은 시대 변화의 일단
사실, 수해 상황은 보도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민들에게 감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해 상황이 공개된다고 해서 체제 안정에 특별히 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피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복구의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재난 극복의 기회로 삼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다른 나라의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다른 나라의 것도 좋은 것은 받아들이자’고 한 김정은 제1비서로서는 무조건 감추는 식의 과거 폐쇄주의적 보도 태도가 꼭 필요한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을 법도 하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조선중앙TV는 이미 여러가지 변화를 보여 왔다. 뉴스의 배경화면이 우중충한 분위기의 갈색에서 밝은 분위기의 하늘색으로 바뀌었고, 젊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화면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있어서도 일부 속보의 개념이 등장해, 김정일 위원장 현지지도의 경우 하루가 지나서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서는 현지 지도 당일 보도가 이뤄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텔레비전이라는 매체가 여전히 북한 당국의 선전도구에 그치고 있긴 하지만, 외견과 보도방식에 있어서는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수해 보도나 속보성 보도 등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변화들이 북한의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수해보도가 자세해졌다고 해서 수해 피해를 커지게 한 당국의 부실 대처까지 언급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 여러 부문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만큼, 북한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면서 그 변화의 폭과 방향에 대해 주시해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