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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재단'의 묘수 풀이…'두 마리 토끼 다 잡겠다'

[취재파일] '안철수재단'의 묘수 풀이…'두 마리 토끼 다 잡겠다'
'안철수 이름으로는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대한 '안철수재단'의 답이 나왔습니다. 요약하면 '재단 이름도 바꾸지 않을 것이며, 재단이 목표로 한 활동도 추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명분과 내실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됩니다.

◆ "재단 명칭 유지…정해진 사업계획 따라 업무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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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재단 이사회가 어제(16일) 오전 7시반부터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렸습니다. 선관위 해석 이후 재단의 활동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였습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음식점은 취재진들로 가득 찼습니다. 관심은 재단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였지만, 결정의 내용이 안철수 교수의 향후 행보와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취재진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회의 시작 3시간여 만에 박영숙 이사장을 비롯한 5명의 이사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안철수재단의 발표 내용을 가감없이 전합니다.

선관위 유권해석에 대한 안철수재단의 입장

안철수재단(이사장 박영숙) 이사회는 8월 16일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관위 유권해석과 관련한 회의를 개최하고,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정리하였다.

재단은 출연자의 기부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으나, 법적으로는 출연자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관위의 유권해석과 관련하여 당 재단의 독립성에 대하여 논란이 제기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당 재단은 엄정한 국가기관인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염두에 두는 한편, “사회적 기회 격차 해소 활동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재단의 설립취지를 구현하기 위하여 현재의 재단 명칭을 유지하면서 정해진 사업계획에 따라 업무를 진행할 것이다.

재단은 현재 창업지원과 교육지원, 세대간 재능 나눔 및 인터넷과 SNS를 활용한 나눔 플랫폼의 구축 사업 등을 준비 중이다.

안철수재단은 독립적인 공익법인으로서 법적 테두리안에서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안철수재단 이사회


◆ 안철수재단, 명분과 활동 둘다 놓칠 수 없다

이사회는 가장 관심이었던 재단이름을 바꿀지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로 결론내렸습니다. 안철수재단이 순수한 취지로 사회 공헌을 위해 설립된 것이고, 재단 이름도 국민 공모를 통해 정해진 만큼 이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또 안철수 교수는 설립자일 뿐 재단활동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법적으로는 출연자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법인임에도 재단의 독립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발표 내용도 같은 맥락입니다.

만일 재단 이름을 바꾸는 결정을 했다면 여러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먼저 재단이 이름에 구애받지 않고 기부행위 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재단이 안 교수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따라서 안 교수의 뜻과는 무관하게 '대선 출마를 위한 간접 지원 아니냐'는 비판도 불거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재단 이름 변경은 안 교수의 대선 출마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국민 공모를 통해 확정한 재단의 이름을 바꿀 명분도 딱히 없고, 바꾼다고 한들 재단 활동에 대한 정치적 해석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한 이상, 이름 변경의 실익도 없어 보입니다.

이사회는 재단의 활동방향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안철수재단 정관에는 재단의 목적이 교육지원과 창업지원으로 돼 있습니다. 어제(16일) 발표문을 통해서는 '현재 창업지원과 교육지원, 세대간 재능 나눔 및 인터넷과 SNS를 활용한 나눔 플랫폼의 구축 사업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재능 나눔 및 인터넷과 SNS를 활용한 나눔 플랫폼 구축 사업'이었는데요, 안철수재단이라는 이름으로는 금품 제공 등의 기부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선관위 해석에 대한 묘수풀이로 읽힙니다. 장학금 등 직접적인 금품 제공이 아니라 재능 기부, 그것도 정보통신을 활용한 기부라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장기로 치면 외통수처럼 보이는 문제에 묘수를 내서 '멍군'했다고나 할까요?

◆ 보폭 넓히는 안 교수…지역 현안과 청년 고민 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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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힌 지 몇 시간이 되지 않아 안 교수는 지역 행보에 나섰습니다. 안 교수는 어제(16일) 오후 전북 전주를 방문해 학계 등 전문가들과 만나 지역 현안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고 안 교수 측이 밝혔습니다. 안 교수는 또 전주기계탄소기술원 부설 국제탄소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한국폴리텍대 신기술연수센터에서 학생 및 취업준비생들로부터 취업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여기서 또 눈에 띄는 부분, 바로 안 교수가 지역 현안을 들으러 전주를 찾았다는 겁니다. 안 교수가 청춘콘서트 등으로 지역을 다닌 적은 있어도 현안 때문에 지역을 간 것은 제 기억에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역 현안을 듣겠다는 것은 대선 행보로 비칠 여지가 다분합니다. 서울대 교수가 지역 현안을 챙길 이유는 딱히 없으니까요. 저서 출간 ⇒ 힐링캠프 출연 ⇒ 소규모 그룹 의견청취 ⇒ 지역 현안 청취... 앞으로 안 교수가 또 어떤 행보를 할지 여야 정치권이 보다 촉각을 곤두세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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