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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황폐화된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취재파일] 황폐화된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
런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우리 대표 선수단은 각 종목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습니다. 메달을 땄건 못 땄건 상관없습니다. 선수들의 지난 4년간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우리들은 올림픽을 보면서 정말 행복을 느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경기장면을 보고 나중에 녹화방송을 또 보고 인터넷을 통해 다시 한 번 감동의 장면을 보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입니다. 선수들이 땀을 흘린 경기장 곳곳엔 선수들의 열정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사람들의 감동까지 남아있을 것입니다.

불과 4년 전이죠. 제가 근무하고 있는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이 곳 역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며 큰 감동을 안겨줬던 경기장이 곳곳에 있습니다. 런던 올림픽을 맞아 그 때 당시 감동의 현장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 까 궁금했습니다.

먼저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전 경기를 빠지지 않고 봐서인지 경기장 이름이 아직까지도 익숙합니다. 우커송 야구장. 베이징 중심가인 천안문에서 차로 20분 정도 가면 있습니다. 당시 우리 야구 대표팀은 전승을 거두며 우승했었죠. 특히 일본을 상대로 강한 정신력으로 역전승을 거둔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또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던 감동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4년 만에 찾아본 야구장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경기장은 모두 철거됐고 현장엔 잡초가 무성하고 곳곳엔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악취도 났습니다. 야구장이 있었다는 기념물조차 하나 없었습니다.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여기에 야구장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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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관련 당국은 야구장을 철거하고 상업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여러 번 사업자가 바뀌면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중국인들이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 경기장을 철거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기념비라도 만들어놨으면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베이징 시내 아시아 최대 공원이라는 조양공원 안에 있습니다.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장식품들은 찢겨져 있고 사람 한 명 볼 수 없어 을씨년스러웠습니다. 1년 중 비치발리볼을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은 한여름인데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이번엔 조정경기장을 갔습니다. 베이징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은 수상공원으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조정 경기가 열리기도 하지만 옆에서는 보트도 탈 수 있고 산책을 할 수 있는 도로도 만들어 놨습니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현수막이 아직까지 걸려있었는데 곳곳이 뜯겨져 있었습니다. 올림픽 조형물들은 녹이 슬어 볼썽  사나웠습니다. 여기서도 곳곳에서 쓰레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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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올림픽 주경기장과 수영장을 찾았습니다. 두 군데 모두 현재는 당국의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냐오차오로 불리며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랑을 받았던 주경기장은 현재 관광수익이 주 수입원입니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됐습니다.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땄던 수영장 역시 워터파크로 개조됐지만 수입이 크게 줄면서 지난해에만 2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두 군데 모두 각종 행사를 유치해보려고 하지만 워낙 비싼 임대료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중국은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고취한다면서 4백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황폐화된 경기장들을 보면서 중국인들은 오히려 자긍심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 여수 엑스포도 끝났습니다. 대형 행사를 하면 세계적으로 홍보를 하는 효과가 크지만 그 이후 늘어난 빚더미에 눌려 재정이 악화되는 역효과가 흔히 발생합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관련 당국이 눈 똑바로 뜨고 대처해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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