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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 최대 정치재판 하루만에 종결

구카이라이, 술 취한 헤이우드 입에 직접 독극물 부어

[취재파일] 중국 최대 정치재판 하루만에 종결
◆ 中 최대 정치 재판…하루만에 끝나

30여년전 문화혁명 4인방 멤버였던 마오쩌둥 전 주석의 부인 장청에 대한 재판 이후 중국 최대의 정치 재판으로 불린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에 대한 재판이 하루만에 종결됐습니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중급인민법원은 8일 오전 8시반부터 오후 4시까지 약 7시간에 걸친 심리 끝에 지난해 11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된 구카이라이에 대한 재판을 종결했습니다.

지난 2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의 심복 왕리쥔 전 공안국장이 보 전 서기와의 갈등 끝에 구카이라이의 살인 혐의와 보 전 서기의 부정부패 등의 내용이 담긴 이른바 'X파일'을 들고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으로 피신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지 6개월 만입니다.

세기의 재판이 끝나자 CCTV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는 그동안의 침묵에서 벗어나 재판 소식을 신속히 쏟아냈습니다. 특히 CCTV는 이례적으로 재판 과정을 3분 이상 상세히 전했는데,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재판정에 출석한 구카이라이의 모습과 함께 혐의 내용 등이 중국 전역에 방송됐습니다. 중국 당국이 이번 재판에 쏠린 중국 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반영한 조치이기도 하고, 이날 재판으로 이번 사건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 구카이라이, 직접 독약 부어 살해

재판에서는 검찰의 기소 내용이 소개되면서 살인 과정이 상세히 묘사됐습니다.

검찰은 구카이라이가 영국인 사업가 헤이우드와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충돌이 생겼고, 그가 아들 보과과의 신변을 위협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해 남편 보시라이의 심복이자 경호원인 장샤오쥔과 함께 그를 독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들의 안전을 위해 헤이우드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구카이라이는 장샤오쥔을 시켜 베이징에 있던 헤이우드를 충칭의 난산 리징홀리데이인 호텔로 유인했습니다. 2011년 11월 13일 밤 이 호텔 1605호실에서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와 함께 술을 마셨고, 술이 약한 헤이우드가 구토를 한 뒤 물을 찾자, 미리 준비해온 청산가리 등 독약을 직접 헤이우드의 입에 넣어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신화통신은 검찰이 재판부에 관련 증거를 제출했고, 감정인의 증언도 진행됐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구카이라이가 주범이고 장샤오쥔이 공범이라고 밝혔습니다.

◆ 구카이라이 형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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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끝났지만 판결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탕이간 허페이 법원 대변인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판결이 언제 나올지는 말할 수 없다"면서 "구카이라이와 장샤오쥔 두 사람 모두 기소된 혐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구카이라이가 조사에 협력한 점을 참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베이징 정가에선 중국 지도부와 구카이라이측이 장기간 협상을 통해 판결 결과에 대해 이미 합의를 했고,  
당초 이번 재판도 이틀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 가을 권력교체가 예정된 18차 당대회에 미칠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만에 신속히 마무리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살인을 저지르면 통상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은 구카이라이가 과거 법정에 섰던 많은 중국 최고위급 관리들처럼 사형을 선고받은 뒤 감형을 받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보시라이의 운명은 ?

구카이라이가 이번 재판에서 살인죄를 모두 떠안음으로써 보시라이는 살인 사건과 관련이 없는 '중대한 당 기율 위반'혐의에 대해서만 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카이라이에 대한 재판이 살인 혐의에 대해서만 진행됐고 보시라이 전 서기의 부정부패 등 왕리쥔 전 공안국장이 폭로한 내용이 제외된 것은 보 전 서기를 개입시키지 않으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정부패 문제까지 함께 심리하면 부정축재에 외화 도피 등의 의혹을 받아온 보 전 서기가 얽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면 중국 지도부의 부패를 척결하라는 여론이 번질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시라이가 중국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이른바 태자당(당.정.군 등 고위층 인사들의 자제를 일컫는 말) 출신으로 중국 정계의 권력 지형상 그가 속한 태자당이 보수파를 중심으로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에서 그를
부패 혐의로 단죄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시라이는 그동안 천량위 전 상하이시 당서기나 천시퉁 전 베이징시 당서기처럼 부패 혐의로 당에서 축출돼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용히 정계에서 퇴진시키는 쪽으로 각 계파가 이미 합의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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