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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몸과 공을 붙여라!"…퍼스트 터치의 과학

[취재파일] "몸과 공을 붙여라!"…퍼스트 터치의 과학
오래 전부터 국가간 축구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패배하면 선수들 몸과 공이 따로 노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이런 말을 많이 했습니다.

- "골 결정력이 부족해"
- "패스가 안 돼"
- "축구공만 잡으면 왜 이리 시간을 끌지?"
- "왜 아무도 없는 곳에 공을 차냐고?"

외국 유명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는 공을 잡을 때나 패스할 때, 몰고 갈 때도 몸과 공이 붙어 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실제 메시 선수는 몸과 공의 거리를 보통 60cm이내로 유지하며 경기를 한다고 하네요.

공과 몸의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선수 입장에선 공을 제어하기 쉬워집니다.

그 기본이 '퍼스트 터치', 즉 '공을 처음 패스받을 때 어떻게 받느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공을 받아서 어떻게 잘 처리하느냐에 따라 상대 선수를 교란시킬 수 있고,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재빨리 전환할 수 있습니다. 또 패스도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영국과의 올림픽 8강전 경기의 기억을 잠깐 되살려 볼까요.

전반전 9분 20초, 구자철 선수에게 공이 날아오자 영국 수비수 두 명이 달려듭니다. 구 선수는 멋진 퍼스트 터치를 한 뒤 빈 공간을 확인하고는 우리편 선수에게 바로 패스합니다. 더 멋진 퍼스트 터치는 전반 28분, 골을 터뜨릴 때 나왔습니다. 기성룡 선수가 손을 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공을 받습니다.

수비수 세 명이 영국 골대 쪽으로 달려듭니다. 아마도 기 선수가 공을 받고 직접 치고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겠죠. 그러나 기 선수는 지동원 선수가 뛰어들어오는 곳이 빈 공간인 것을 확인하고 차분하게 패스... 바로 골이 터집니다. 퍼스트 터치를 완벽하게 하고 나니, 빈 공간도 보이고 패스도 정확히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이런 멋진 퍼스트 터치는 영국과의 경기에서 전후반 다 합쳐도 대여섯 번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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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터치를 잘 하기 위한 지침을 들은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1. 자신을 드러낸다. 즉 팀 동료에게 자신의 위치를 잘 알려야 합니다.
2. 위치를 고수한다. 수비수와 공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해야 합니다.
3. 기회를 만든다. 이를 위해 상체를 이용해 수비수를 밀어내는 몸싸움은 기본입니다
4. 새로운 공간을 확보한다. 공을 잡는 순간 수비수가 예측하지 못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축구 선수들에겐 기본 중의 기본기라는 '퍼스트터치'와 관련해 실험을 해 봤습니다. 서울 태릉에 있는 체육과학연구소에서, 평소 운동신경이 좀 있다는 20대 남성에게 7미터 앞에서 축구공을 세게 던져 줬을 때 가슴으로 받아서 발로 잡도록 했는데요, 이때 걸린 시간은 1.2초, 공은 3.5m 앞으로 튕겨져 나간 뒤에 세울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조교에게도 같은 속도로 공을 전해줬는데, 0.8초만에 40cm 앞에서 공을 바로 잡더군요.

비결은 충격 흡수와 역회전. 공을 받을 때 가슴을 뒤로 빼면서 공의 충격을 흡수하면 공의 회전방향이 날아올 때와는 반대로, 역회전을 먹으면서 그대로 위로 튀어오르다가 뚝 떨어지는 겁니다. 여기에도 과학이 있죠.

축구 선수들은 축구를 '확률 게임'이라고 합니다. 즉, 공을 '내 것'으로 만들수록 패스를 잘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거죠. 기본 원칙은 '공을 나와는 가깝게, 수비와는 멀리' 라고 합니다.

과거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은 체력과 전술 위주의 훈련을 했습니다. 개인기를 앞세우기보다는 무조건 앞을 향해 열심히 뛰고, 감독의 전술에 맞춰 플레이했죠. 하지만 최근엔 이게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선수들이 공 다루는 센스, 즉 개인기에 중점을 두고 기술 연습을 강화하고 있다는 거죠. 틀에 박힌 축구가 아닌 창의적인 축구를 지향한다는 겁니다. 전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 출신의 연구원 최근 이런 흐름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해 주더군요. "선수의 기술이 새로운 전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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