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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매체 '리설주 동행' 잇단 공개 속내는

北 매체 '리설주 동행' 잇단 공개 속내는
북한 매체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에 부인 리설주가 동행한 모습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매체가 그동안 '퍼스트레이디'의 최고지도자 동행을 보도한 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최근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퍼스트레이디의 최고지도자 동행 보도는 19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했을 당시 김일성 주석과의 오찬에 김성애가 배석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는 조선중앙통신이 발간한 1972년 '조선중앙연감'에서 김 주석이 루마니아의 니콜라이 차우셰스쿠나 노로돔 시아누크 전 캄보디아 국왕과 만날 때 김성애가 참석했다는 정도를 찾을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성혜림, 김영숙, 고영희, 김옥 등 공식·비공식적으로 4명의 부인을 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는 이들의 이름이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최고지도자의 공개활동에 김성애와 고영희가 함께한 경우는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공개된 '위대한 선군(先軍)조선의 어머님'이라는 고영희 기록영화를 보면 김정일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에 고영희가 동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에 부인 리설주가 동행한 모습을 북한 매체는 숨기지 않고 곧바로 공개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대외적으로 정상국가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 우상화에 앞선 포석을 깔아놓은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부인과 함께 공개활동을 한 사실을 알림으로써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북한도 정상적인 국가라는 사실을 알려 그동안 북한을 수식해온 '은둔'이나 '비밀'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최고지도자의 지위를 더 공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모인 고영희 우상화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리설주를 일종의 '롤 모델'로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리설주는 주로 김정은 바로 옆에서 그를 보필하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최고지도자와 노고를 함께 하는 '동지' 리설주의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킨 뒤 고영희 우상화를 추진한다면 '모범 따라배우기' 방식으로 한층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리설주를 공개 석상에 등장시키며 공개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외국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구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면서 인간적이고 친밀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공개 행사에 부인을 대동하는 관행을 봐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서양에서는 최고지도자와 부인이 동석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부인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는 정치인은 의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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