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3억원 짜리 집으로 주택연금을 받는 경우를 보자. 60세라면 매달 받는 돈이 70만 9천 원에서 72만 원으로 1만 1천 원 늘었다. 70세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106만 4천 원에서 103만 9천 원으로 2만 5천원 줄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1월에 주택연금 가입 신청이 폭증했고, 1월 신청자가 집중적으로 2월에 처리되면서 2월 가입자 수는 710명에 달했다. 지난 해 월 평균 가입자 수 245명의 3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지난 2007년 7월에 출시된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약 5년이 지난 8월7일 1만 번째 가입자를 맞았다. 1만 번째 가입자가 된 공무원 출신 김 모 씨는 “생활이 빠듯해서가 아니라 자식들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아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은 종종 미국의 주택자산모기지(HECM)과 비교된다. 미국의 HECM는 1989년 10월에 출시돼 첫 5년 동안 6,894명이 가입했다. 우리나라 주택연금은 그 숫자가 9,733명으로 HECM보다 41% 많다.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우선 우리나라는 압축성장기를 거치면서 가족부양과 자녀교육 때문에 노후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고령층은 공적연금 수혜 비중이 낮아 노후를 의지할 구석이 없다. 집 한 채만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도 엷어졌다.
주목할 점은 가입자 증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 올 상반기에만 2,677명. 월평균 446명이 가입해 지난 해 월 평균 가입자 수의 2배에 육박한다. 집 값 추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 값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는 약해졌다. 더 떨어지지나 않으면 다행. 주택연금 수령액이 사실상 하향 조정된 지난 2월 가입자가 폭증한 데서 보듯이 집 값이 더 떨어져 연금액이 줄기 전에 가입해 두자는 심리가 발동하고 있다. 고령층이 본격적으로 집 값 하락의 리스크를 피하면서 과도하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을 유동화, 즉 현금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금은 주택연금 가입 요건이 ‘주택소유자와 배우자가 60세 이상일 것’이라고 돼 있는데 ‘주택소유자가 60세 이상일 것’으로 바뀐다. 배우자와의 나이 차이 때문에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던 가구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수요층은 더 두터워졌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주택연금은 그 자체로 가입자에게 유리한 요소가 많다. 가입자가 언제든 대출금(연금으로 받은 돈)을 전부, 또는 일부 갚을 수 있다. 연금액은 가입 당시의 집 값에 따라 평생 고정된다. 집 값이 오르면 연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부분은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집 값이 떨어져도 부족분을 물어 낼 일은 없다.
언젠가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2030년에는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본격화될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한 발언이었다. 출시 후 5년 동안 1만 명인 가입자 수가 앞으로 18년간 99만 명 늘어난다는 뜻. 폭발적인 증가를 점친 것이다.
현재의 주택연금 설계가 가입자에게 유리하다는 말은 거꾸로 리스크를 떠 안는 주택금융공사에 불리한 구조라는 말도 된다. 불평등한 상품 설계에 폭증하는 가입자 수, 거기에 수요층과 선택의 폭을 넓히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는 제도 개편. 그렇다면 앞으로 주택연금의 건전성이 문제가 될 것이다. 가입자의 유리함을 줄이는 쪽으로, 즉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쪽으로 주택연금은 꾸준히 재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가입할 생각이 있다면 서둘러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