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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 대선 가도, 최대의 위협은?

[취재파일] 박근혜 대선 가도, 최대의 위협은?
보름 전쯤 한 친박계 인사와 점심자리를 했다. 박근혜 후보의 5.16 발언과 정수장학회 문제, 박지만·서향희씨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 등을 놓고 이야기가 오갔다. 친박계 인사는 대부분 이미 검증이 끝난 사안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일부 민감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뭔가 너무 조용하다며 불안감을 보였다. 기분 나쁘게 조용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경선이 조용히 굴러 가고 있는 게 마치 태풍 전야처럼 대형 악재를 앞둔 것처럼 꺼림칙하다고도 했다. 당시만 해도 돌발 변수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터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또 한 번은 이런 자리도 있었다. 역시 다른 친박계 인사와의 밥 자리에서 박근혜 후보의 대선 가도에서 최대 걸림돌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당시 안철수 교수의 추격이 매섭던 때라 혹시 안철수 교수 아니냐고 운을 뗐다.

하지만 상대는 안철수 교수는 변수가 안 된다고 일축했다. 그럼 도대체 박 후보에게 최대 위협은 뭐냐고 물었다. 예상 밖으로 '지뢰'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 여당인 만큼 돌발 악재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현 정부와 새누리당이 각자도생하고 있다고 해도 여당은 여당인 만큼 정부 실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내부에서 누가 사고를 칠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앞서 만난 사람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물론 아직 진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공천 헌금 파동'이라는 초대형 돌발 악재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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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천 헌금 의혹'… 당사자들 '부인'

중앙선관위가 공천헌금을 건넨 정황이 있다고 지목한 새누리당 현역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23번으로 당선된 현영희 의원이었다. 현 의원은 지난 4.11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중순 공천위원을 맡고 있던 현기환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부탁하며 3억 원을 준 혐의가 적용됐다.

현 의원은 또 지난 3월 말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2천만 원을 건넨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돈 전달을 맡은 인물로는 홍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모 씨가 거론됐다. 선관위는 현영희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현기환 전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를 수사 의뢰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공천 위원에 발탁된 현기환 전 의원이 용의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박계는 충격에 빠졌다.

당사자들은 모두 결백을 주장하며 반발했다. 현영희 의원은 총선 때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사람이 의원 보좌관으로 임용되지 못하자 자신을 음해했다고 주장했다. 현기환 전 의원도 사실무근이라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현 전 의원은 검찰이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주길 기대한다면서 소환 조사에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전 대표는 돈 거래한 사실이 없다면서 그런 문제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했다.

◈ 의혹 연루자 '탈당 권유'… 고육책

새누리당은 지난 3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한 수습책을 논의했다. 최종 결론은 의혹의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다는 것. 황우여 대표는 탈당을 권유하고 안하면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일반 국민과 같은 위치에서 수사를 마치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규는 탈당을 권유받은 날로부터 열흘 안에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하게 돼 있어 사실상 제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이런 고육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비박근혜계 대선 경선 후보 4명은 경선 연기와 황우여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중대 결심에 경선 거부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비박계 후보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대신 경선후보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황우여 대표가 사퇴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자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후보는 경선 일정 참여 중단을 선언하고 당일 예정돼 있던 TV 토론회에 전격 불참했다. 경선 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당 지도부·친박계 "경선 일정 예정대로 강행"

TV 토론회가 무산되자 대기실에 있던 박근혜 후보는 토론회에 불참한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세 후보가 당을 망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에 대해 조금이라도 애정 있으면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순 없다면서 무슨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긴급 소집된 당 경선관리위원회는 TV 토론회를 무산시킨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며 비박근혜계 후보들이 계속 불참하더라도 경선 일정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후보측은 당의 결정대로 따르겠다며 경선이 파행되더라도 이달 20일까지 경선을 끝내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비박근혜계 후보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은 공천 헌금 파문의 실체가 규명될 때까지 경선 일정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황우여 대표가 물러난 뒤 중립적인 당 진상조사위를 꾸리라고 거듭 압박했다.

김영우 대변인도 이번 공천 파문과 관련해 당시 제1사무부총장이었고 현재 대변인을 맡고 있는 자신부터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김 대변인은 경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당 지도부도 헌신적인 결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해 황우여 대표의 사퇴 요구에 가세했다.

◈ 朴 VS 非朴… 파국 직전 가까스로 봉합

공천헌금 파동으로 촉발된 새누리당 내분 사태가 접점을 찾은 것은 이른바 '5+2 연석회의'에서였다. 연석회의 참석자들은 지난 5일 회의에서 3개항에 합의했다.

첫째, 공천과 관련된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황 대표가 책임을 진다. 둘째,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된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각 후보가 추천한 1명을 포함해 10명 이내의 진상조사위를 구성한다. 셋째, 비박근혜계 후보들은 모두 경선에 복귀한다.

다만 공천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했던 안상수 후보의 주장은 관철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는 연석회의에서 일부 후보가 말한 후보 사퇴 요구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찌됐건 이런 사건이 터져서 송구스럽다면서 당시 공천위는 독립성을 지키려고 했고 이런 사건이 비대위원장 시절에 터졌더라면 강하게 조치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인 6일 당 윤리위원회는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을 제명처분했다. 탈당은 의혹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두 사람의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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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선 가도, 최대 위협은?

공천 헌금 파문이 전체 대선 가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봐야 겠지만 일단 당내 갈등은 어느 정도 잦아든듯 하다. 일부에서는 당내 원로인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이 '정권재창출'을 앞세워 후보들을 압박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도 한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청와대 개입설, 특정 후보의 당권 장악 시도설 등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집안 싸움에 몰두하다 자칫 정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 작용한 걸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악재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겠냐는 점이다. 벌써부터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을 둘러싼 금품 수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 특히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새누리당 대선 과정이 지난 97년 혹은 2002년 대선 때와 꼭 닮아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돌고 있다. 이른바 '대세론'이다. 대세론의 가장 큰 적은 '대세론' 그 자체다.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힘이 쏠려 있다보니 작은 루머 하나에도 당 전체가 휘청거린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세론'을 짊어진 후보에게 최대 위협은 후보 '자신'일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경쟁자보다 당내 유력 주자 본인을 둘러싼 문제가 가장 큰 위협인 셈이다. 남은 넉달여 동안 박근혜 후보가 어떻게 헤쳐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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