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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림픽 열기에 가려진 북한의 외침

[취재파일] 올림픽 열기에 가려진 북한의 외침
북한에도 올림픽 열기가 뜨겁다. 역도를 중심으로 금메달을 4개나 따는 초반 선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매일 1시간 정도 이뤄지는 올림픽 경기 녹화중계에 이어,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소속단체와 모교를 찾아 반응을 전하는 등 분위기를 띄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단이 거둔 성적으로 볼 때, 선수단 귀국 뒤에는 대규모 카퍼레이드 등을 포함한 환영행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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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올림픽 열기의 와중에도 남한과 미국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북한 내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7월 19일 탈북자 출신의 전영철 씨가 이른바 ‘김일성 동상파괴 미수사건’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한 이후부터이다. 전 씨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남한내 탈북자 단체와 남측 정보기관, 미국의 사주로 국경지역의 김일성 동상을 파괴하려다 붙잡혔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각계 각층의 인민들이 이를 규탄하는 내용의 미니 프로그램을 만들어 조선중앙TV를 통해 연일 방송하고 있다. 최고 존엄에 대한 극악무도한 테러행위인 만큼 치솟는 격분을 금할 수 없다는 내용들이다. 예상보다 길게 이런 규탄 방송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북한이 전영철 씨의 기자회견을 기획했을 때부터 치밀한 정치적 의도가 내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도는?

북한의 의도로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내부 결속 강화다. 외부의 적이 부각될수록 내부에 대한 불만은 사그러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외적 긴장을 높이는 방법은 북한이 즐겨 활용해 온 수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움직임을 단순히 내부 결속용으로 해석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이 대외적으로 무엇인가를 계속 말하려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7월 19일 전영철 씨의 기자회견 이후 북한은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외무성, 조평통, 국방위 명의의 입장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외무성은 미국, 조평통은 남한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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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근 변화를 아전인수식으로 개혁개방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7월 29일자 조평통 입장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전영철 사건 이후 대남 대미 규탄의 연장선상에 있다. 7월 25일자 외무성대변인 담화가 정전협정 체결일(7/27)을 이틀 앞둔 시기에 나온 입장이라는 시기적 특성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남한과 미국의 대북 적대행위를 규탄하면서 미국에는 핵으로 남한에는 테러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입장 표명이 당장 무슨 일을 벌이겠다는 의미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방위대변인 성명에서 ‘강력한 물리적 공세’를 언급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남한과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압박 차원의 공세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다시 말해, 과격한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서기 전에 대화하자는 말을 (주로 미국을 대상으로) 북한스러운 방식으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외침은 내부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경제개혁 조치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내각의 경제 주도권 회복, 기업과 농민들의 자율권 확대, 분조규모 축소 등의 경제개혁 조치를 시도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개혁조치들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대외환경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또, 올해 초 봄가뭄과 얼마 전 수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미국과 남한 등으로부터의 지원도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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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한과 미국은 지금 북한의 외침을 들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남한과 미국 공히 대선이라는 국내 사정으로 인해 북한에 관심을 가질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계속해서 관심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남한과 미국은 반응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 그렇다면, 북한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조만간 좀 더 관심을 끌기 위해 보다 과격한 행동에 나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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