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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걱정스러운 길거리 카드 모집의 부활

[취재파일] 걱정스러운 길거리 카드 모집의 부활
요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한동안 보지 못했던 신용카드 모집인들의 가입 권유 영업이 자주 눈에 띕니다. 도심 물놀이 공원, 테마 파크, 영화관 등은 물론이고, 대학가에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등장만 한 것이 아니라 수영장 무료 입장권, 영화관람권, 여행 할인권 등을 주겠다고 하면서 가입을 권유합니다. 일부 사은품의 경우 사용 요건이 제한돼 있어서 받고나서 사용할 때 낭패를 보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은품이 제대로냐 아니냐에 관계 없이 현재 제공되는 사은품들의 액수를 보면 모두 법적으로 금지된 영업 행위들입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 법에서는 연회비의 10% 이상인 사은품은 가입 대가로 주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연회비가 보통 1만 원~2만 원 선이니까 1~2천 원을 넘으면 안 되는 겁니다. 가입 권유 행위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반드시 영화관, 테마파크 등 가입 권유 영업을 하는 장소의 실내에서 해야하고 매표소 근처에서 하려면 부스를 마련한 채 그 안 에서만 가입 권유가 가능합니다. 그 곳을 나와서 소비자들에게 다가와 영업하는 행위는 모두 길거리 영업에 해당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모집인이 여러 회사 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을 위반하다가 적발되면 카드 모집인에게 제재가 내려집니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왜 길거리 카드 모집이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일단 가입자를 늘려보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금융감독당국이 8월부터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강화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게는 카드 발급이 안 됩니다. 또 연말부터는 길거리 카드 모집 등 카드 신규 회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카드 모집인 뿐 아니라 카드사에 대해서도 연대 책임을 묻게 됩니다. 카드사 평가 항목에 의무적으로 이 부분을 포함시키고 카드사에 대해서도 과태료 등을 부과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지금도 카드사가 신규 가입을 명목으로 연회비의 10% 이상 되는 항공권, 호텔투숙권 등을 제공하면 제재를 받지만, 연말부터는 카드사 자체의 규정 위반 뿐 아니라 소속된 카드 모집인의 불법 행위까지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카드사들로서는 갈수록 영업하기 어려운 여건이 될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고 카드 모집인들 역시 할 수 있을 때 실적을 올려보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카드사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 TV 보시면 다른 제품보다 카드사 광고를 쉽게 보실 수 있을 텐데 경기가 어렵고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광고비를 늘리고 있는 배경에는 경쟁사들이 주춤할 때 일단 규모를 늘려놓아야 한다는 전략이 있습니다. 일부 회사는 합병 가능성을 앞두고 미리 몸집을 불려야 하는 필요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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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카드 대란 당시에도 그랬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이뤄지고 있는 불법 모집 경쟁이 기승을 부리면 자연스럽게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이 속출한다는 점입니다. 실제 감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기준으로만 봐도 카드사들은 소득보다 빚이 많은 14만 5천여 명에게 신규 카드를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7만 명은 신용카드를 4개 이상 가진 채 돌려 막기를 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심지어 죽은 사람에게까지 카드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가계부채가 912조 원을 넘어 천조 원을 육박하고 있고 여기에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려 빚으로 빚을 막는 다중채무자들이 폭탄처럼 자리하면서 점점 그 숫자가 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마땅히 돈을 빌리지 못하는 이들이 주로 의지하고 있는 곳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고 이를 위해선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카드 발급에 그리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다 보니 7개 전업카드사의 한 달 이상 연체율이 2.09%로 2년 3개월만에 가장 나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이 규제 강화를 앞두고 기승을 부리는 불법 카드 모집 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지만 소탐대실을 하지 않으려면 카드사 스스로도 폭탄을 키우는 일을 멈춰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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