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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CD금리 취재 실패기

[취재파일] CD금리 취재 실패기
지난 4월 초. CD 금리에 대한 취재를 시작했다. 당시 CD 금리는 3.5% 안팎에서 거의 고정된 식물금리 상태. 다른 시중금리는 하향 추세였다. 취재의 관점은 이런 것이었다. “2010년 2월에 CD 금리 연동 가계대출을 대체하기 위해 처음 나온 코픽스 금리 연동 대출자보다 CD 금리 연동 대출자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참고로 코픽스(COFIX, cost of funds index)는 9개 시중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농협,외환,씨티,SC)이 제공한 ‘자금조달 평균비용’을 은행연합회가 가중 평균해서 매달 1번씩 발표하는 지표로 잔액기준과 신규취급액 기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2010년 4월과 2012년 4월 당시의 금리 수준을 비교했다.
CD 금리 : 2.51% -> 3.54% (+1.03%p)
코픽스(잔액기준) : 4.11% -> 3.94% (-0.15%p)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 :3.26% -> 3.73% (+0.47%p)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만 놓고 보면 코픽스 잔액기준 대출자가 가장 유리했고, 다음이 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자였다. CD 금리 연동 대출자는 가장 불리했다. 하지만 지표금리의 움직임만으로 특정 금리 연동 대출자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성급해 보였다. 농협의 협조를 받아 실제 대출 사례를 조사했다. 정확히 똑같은 조건을 갖춰 비교 가능한 실제 대출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농협에서 찾은 유사 사례는 다음과 같았다.

<사례 1.>

CD 금리 연동으로 2010년 3월22일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김 모씨.
2010년 3월 당시 대출금리 : CD 금리(2.81%) + 2.61%(가산금리) = 5.42%
2012년 4월 현재 대출금리 : CD 금리(3.58%) + 1.83%(가산금리) = 5.41%

<사례 2.>

코픽스 신규취급기준 연동으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안 모씨.
당시 대출금리 : 코픽스 1년(3.26%) + 1.42%(가산금리) = 4.86%
현재 대출금리 : 코픽스 1년(3.73%) + 1.42%(가산금리) =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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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이자 부담이 줄었고 안 씨는 늘었다. CD 금리가 코픽스보다 더 올랐지만 김 씨만 가산금리가 하향 조정된 때문이다. 처음 가정한 결론이 꼬였다. 농협은 이렇게 주장했다. “대출받는 개인의 신용등급 변화와 거래실적 변화, 대출조건에 따라 가산금리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어떤 금리 연동 대출이 일괄적으로 더 유리했다고 결론내리기는 어렵다” 농협 입장에서는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진실은 담고 있는 주장이었다. 문제는 CD나 코픽스가 아니라 가산금리라는 사실을.

추가적인 취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실제 대출자 사례에 접근하는 건 어려웠다. 그러다가 다른 일이 생겼다는 핑계에 게으름이 더해져 더 진도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CD 금리 담합 조사가 시작됐다. CD는 조작됐고, 은행이 탐욕스럽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속이 쓰렸다. 

CD 금리에 문제가 있다는 출발선은 같았지만 관점은 다른 것이었다. 나는 CD 금리 연동 대출자들의 상대적인 불이익에 초점을 맞췄고, 공정위는 담합에 칼 끝을 겨눈 것이었다. 공정위의 담합 조사 사실을 접한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반응은 ‘황당’하다는 것이었다. 어떤 당국자는 ‘증권사에 들이닥친 공정위 조사관들이 CD와 CDS(신용부도스왑)의 차이를 몰라 증권회사 직원들에게 한참을 물었다’는 증권가의 우스개를 언급했다. ‘공정위가 과연 그동안 이 사안(단기지표 금리 문제)을 둘러싼 경과와 파장을 알기나 할까’라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었다.

다른 당국자는 “사실 CD 금리는 핑계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로 개인별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것이지, CD 금리로 대출금리를 정하나? CD 금리가 떨어졌으면 대출금리가 떨어졌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안을 너무 단순화한 논리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공정위 조사 직후 열린 국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리가 자율화돼 있고, 자신(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정할 수 있는 마당에 시장지표를 조작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며 담합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깐 것은 이런 금융당국의 인식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제되지 않은 비판들이 계속 쏟아졌다. 특히 정치인들은 좋은 ‘꺼리’를 놓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또 다른 당국자는 “이러다 은행의 NIM(순이자마진), 나아가 대출금리를 정부가 정하라고 하겠다. 신용카드 수수료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가 정부에서 우대 수수료율 정하라고 법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 금리 자유화한 지 20년이 흘렀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인가?”라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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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CD 금리 담합 조사가 어떻게 결론이 나올 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처음 취재를 시작했을 때 문제의 본질을 놓쳤다는 사실이다. CD 금리는 가산금리와 더해져 대출금리를 구성한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문제는 CD 금리가 아니라 가산금리, 그리고 둘의 합인 대출금리였다. 가계부채는 자기 증식 속도를 늦출 만큼 포화 상태. 경제상황은 어렵고, 여간해서는 떨어지지 않는 대출금리의 부담에 사람들의 불만은 수렴됐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가산금리 실태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다. 가산금리는 차주의 신용위험, 유동성 프리미엄, 리스크 프리미엄, 수신 부대비용, 업무원가, 교육세, 출연료, 은행의 목표이익 등으로 구성된다. 주목하는 부분은 은행의 목표이익이다. 자의적이고, 개별 차주에게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결정 요소가 더 투명해지고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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