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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정치권의 블랙홀' 안철수

[취재파일]'정치권의 블랙홀' 안철수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어제(30일) 공개한 리서치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교수가 57.1%로 40.1%를 기록한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을 오차범위를 훨씬 웃도는 17%p의 차이로 눌렀습니다. 앞서 지난주부터 잇따라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교수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지지율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정체돼 있던 안 교수의 지지율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 출간과 함께 지난 23일 SBS 힐링캠프 출연 이후 급격하게 반등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예능프로에 의존한 거품 지지율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 지지율은 급격하게 빠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벌개혁'을 주장하던 안 교수가 9년전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최태원 SK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안 교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지는 징후도 눈에 띕니다.

아직 대선은 140여일이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변수가 있고 이에 따른 국면전환도 벌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풍으로 변한 '安風'의 실체에 대한 분석은 필요해 보입니다. 기업의 지분과도 같은 정치인의 지지율은 안 교수를 현재 대한민국 정치권을 뒤흔드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정치인의 반열에 올려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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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정치권의 블랙홀'

안철수 교수의 지지율은 특징이 있습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5.16은 구국의 혁명' 발언 이후 지지율이 5%p 이상 빠졌습니다. 앞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정두언, 박지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당 지지율은 함께 동반 하락했습니다. 안 교수의 지지율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힐링캠프' 출연의 영향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지지율 추이로만 봤을때 힐링캠프는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촉매였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입니다. 이른바 정치권이 자충수로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을때 안 교수는 정치권의 지지율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안철수의 '미래가치' 프레임

안 교수는 기존 대학 특강을 통해 '미래가치'를 강조해 왔습니다. 또 특정 지역과 이념을 중심으로 분열된 기존 정당 구조과 네거티브 공세가 판을 치는 정치권을 구체제로 규정했습니다. 자신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특정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겠다며 현 정치권과 거리두기 행보를 계속해 왔습니다. 이른바 안철수 교수가 규정한 미래가치와 구체제의 프레임에 따라 여야의 대결과 흠집내기 정치는 구체제의 틀에 갇혀 버렸습니다. 안철수 교수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은 '네거티브' 전략으로 규정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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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안철수는 아마추어"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 교수가 성인인 척하는 게 곧 판명이 날 것"이라며 '안풍'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깁니다. 민주통합당도 안 교수가 연대의 대상이라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결국 대선 경선을 마치고 나면 정당이라는 조직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안철수의 지지율을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안 교수의 원내 지지세력이 누가 있느냐며 현재의 지지율은 거품일 뿐 조직없는 안철수 교수는 이미 대선출마 기회를 잃었다고 평가 절하하기도 합니다. 안 교수를 이른바 프로페셔널이 아닌 아마추어리즘의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기존 정치권의 전략입니다.

-안철수, '아마추어가 아닌 아웃복서'

여의도의 한 정치평론가는 "기존 정치권이 안철수가 구사하는 새로운 형식의 정치행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파이터가 판치는 초기 복싱계에서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선수를 도망자, 겁쟁이라고 무시했던 것과 닮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링의 중심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인파이터와 달리 아웃복싱은 링의 가장자리를 돌며 상대의 약점을 타격하는 복싱기법을 말합니다. 무하마드 알리와 슈거레이 레너드를 비롯해 세계를 제패한 전설적인 복서들이 아웃복서의 꽃을 피웠습니다.

이 평론가는 "안 교수는 사실상 정치행위를 시작한 셈"이다, 새로운 방식의 아웃복싱에 적응하지 않으면 여야 모두 연말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안 교수를 아마추어가 아닌 새로운 형식의 정치인으로 인정하고 분석해야 한다. 안철수 현상과 지지율의 실체를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충고가 담겨져 있습니다. 정당정치의 근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당정치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 지지를 표명하지 않는 이른바 무당파들이 안 교수를 향한 충성도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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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미래가치' 정책으로 보여줘야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게도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최근 저서에서 미래가치를 복지,정의,평화로 규정했습니다. 이시대의 시대적 과제가 복지라고 진단한 점, 공정사회를 위해 제도적 개혁을 언급한 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의 개방과 남북간의 평화적 협력관계를 언급한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정치인 못지않은 개인적인 고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 교수의 철학과 시대정신은 정책을 통해 투영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큰 틀에서의 고민의 산물은 나왔지만 미래가치의 청사진으로 볼 만한 구체적인 정책은 결여돼 있습니다.

안 교수 입장에서 컨텐츠가 없다, 실체가 없는 거품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최고의 반박은 구체적인 정책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마당에 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안 교수 측 입장이지만, 안 교수는 출마를 결심하면 '정책공약집'과 같은 컨텐츠로 국민들에게 미래가치의 청사진을 보여줄 의무가 있습니다. 대선이 140여일 남았습니다. 고민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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