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위해죄로 중국 공안에 114일간 구금됐다 지난 20일 추방된 북한 인권 운동가 김영환씨가 구금 당시 당했던 고문 참상에 대해 생생하게 밝혔다.
김씨는 30일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를 받기 직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중국측이 심전도와 결핵 검사를 먼저 한 뒤 본격적으로 전기고문을 했다"면서 중국에서 추방된 이후 처음으로 당시 상황을 언론에 소상하게 전했다.
1박2일 간의 전기고문과 구타를 비롯해 7일 간의 잠 안재우기 등 중국 당국이 자행한 고문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정부의 대응방식이 적절했느냐는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다음은 김씨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과의 면담 직전 기자와 만나 밝힌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
◇심전도 검사 후 전기고문ㆍ구타= 중국의 고문과 가혹행위는 김씨가 묵비권을 행사하던 시기에 주로 이뤄졌다.
김씨는 3월29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다른 일행 3명과 함께 전격적으로 체포됐으며 김씨는 이때부터 18일간 변호사 접견 등을 요구하면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김씨는 당시 중국측으로부터 무슨 혐의로 체포됐는지 조차 듣지 못했다.
김씨의 침묵이 계속되자 중국 공안은 김씨를 체포한 지 13일째인 4월10일께부터 7일간 연속으로 잠을 재우지 않는 가혹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월15일 밤부터 전기고문이 시작됐다.
그는 고문 전 얼굴에 복면을 쓴 채 심전도ㆍ결핵검사 등을 받아 공안이 상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고문을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50cm 길이의 전기봉을 이용한 고문은 5시간에서 8시간 정도 계속됐다.
전기봉의 끝은 4㎝였으며 이 중 1㎝ 정도의 부분에 전류가 흘렀다.
이어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리는 구타가 이어졌다.
그는 맞을 때마다 얼굴과 몸 전체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30분에서 1시간가량 구타가 계속되면서 얼굴이 상처가 심해지자 중국 공안은 다시 전기고문을 했다.
이런 물리적인 압박은 15일 저녁부터 새벽까지 12시간 정도 계속됐다.
창문을 가려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었지만, 건물 밖의 어렴풋한 불빛을 볼 때 대략 16일 새벽 5시쯤으로 생각됐다고 김씨는 전했다.
이런 고문과 가혹행위로 그는 결국 그동안 지켜온 침묵을 깼다.
공안은 물리적 압박이 끝나기 전 2~3시간 동안 고문 없이 조사하는 것으로 하자면서 문서를 내밀어 서명할 것을 종용했다.
그는 그 후 심한 물리적인 위해는 받지 않았지만 공안의 조사가 끝난 4월28일까지 수갑을 찬 채 의자에서 앉아 잠을 잘 것을 강요당했다.
◇정부 2차 영사면담서 가혹행위 듣고도 소극적 대응 = 김씨가 중국 공안으로부터 물리적으로 압박을 받던 초기에 정부의 영사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공안의 조사가 끝나기 직전인 4월26일에야 주(駐)선양 총양사관 담당 영사와 만날 수 있었다.
당시 국가안전청 단둥수사국 면회실에는 실내에 4명의 안전청 요원이 있었고 면회실 밖에는 다른 직원도 있어 그는 영사에게 고문과 가혹행위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정부는 1차 면담이 끝나고 47일 뒤인 6월11일 2차 영사면담 때 김씨로부터 고문과 가혹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전청 구금시설에서 다른 구치소로 이감된 김씨는 2차 면담시 영사에게 "전기고문과 연속 잠안재우기 고문을 당했다"고 간략히 말했다.
당시에도 안전부 요원이 주변에 있어 고문ㆍ가혹행위에 대한 대화는 20초 정도만 이뤄졌으며 담당 영사도 김씨에게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
정부는 2차 면담 이후 현지 공관과 본부 등에서 수차 중국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진상 조사를 요구했으나 중국측은 "그런 일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정부는 지난 20일 귀국한 김씨로부터 상세한 고문ㆍ가혹행위 내용을 듣고 다시 중국측에 재조사를 요구한 상태이나 중국 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신속한 영사면담을 하지 않아 가혹행위가 이뤄지던 시기에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씨도 "1차 영사면담일인 4월26일이면 제가 잡히고 29일째 되는 날인데 그전에 영사면담을 왜 오지 않았는지 그 부분이 납득이 안 된다"고 정부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비공개로 중국을 상대해온 정부가 귀국 후 반인권 범죄행위인 고문ㆍ가혹행위를 공론화하는 문제에서도 김씨에게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김씨 고문 문제의 공론화를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도 김씨에게 고문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다양한 방법을 써서 협박했다.
특히 중국은 중국 내에 있는 한국ㆍ중국 국적의 동료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中 외교적 부담 커질 듯= 김씨가 고문ㆍ가혹행위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하면서 중국 정부가 받는 압박 강도도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당장 김씨 문제의 국제기구 제소를 검토해온 북한 인권과 탈북자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맞물려 중국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국내 여론도 비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역시 재조사 요구에 대한 중국측의 답변 시기와 그 내용 등을 감안해 앞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자국의 인권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중국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론의 흐름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재발방지 약속 등을 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중국, 김영환에 심전도·결핵 검사 후 전기고문"
김영환씨가 전한 고문 참상<br>"영사면담시 고문관련 대화는 20초뿐"<br>"그런일 없다"고 한 중국, 부담 가중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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