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은 길어져 명실공히 ‘100세 시대’인데, 마흔 줄만 넘어도 줄줄이 은퇴를 해야 하는 시대이다 보니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직장 그만두고 나면 너도 나도 자영업에 뛰어듭니다. 특별한 기술은 없고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업종에 몰리다보니, 도소매업이나 음식업, 숙박업에 앞다투어 뛰어드는데 우후죽순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보니, 생존 경쟁은 더 치열합니다. 자본 역시 부족해 은행에서 빚을 내 급하게 창업을 시도하지만, 불황 탓에 장사는 안 되고 당장 이자도 못내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석달 전 1억 원을 대출 받아 옷가게를 낸 김모 씨를 만나봤습니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자기사업을 하고 싶어 용기를 내 가게를 냈는데, 생활비 벌기는 커녕 빚만 쌓여가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찾아오는 손님은 계속 줄어들고 물건은 해 와야 하니 자본은 계속 들어가고 이자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보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두렵다고 합니다.
김 씨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 씨 역시 꽃가게를 운영하면서 또 취직을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 경기 좋을 때만 해도 그럭저럭 생활비는 충당할 만큼 가게 운영이 가능했다는데, 빚을 갚아가기는 커녕 하루하루 적자만 늘다보니 왜 창업을 했는지 후회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변 가게들도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창업 1년 안에 17%가 폐업하고, 절반 가까운 47%가 3년을 버티지 못합니다. 살아남더라도 5인 미만 사업체는 연평균 1억 원 가량 매출을 올려 수익은 고작 2천7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자영업자 가운데 28%는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일한다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빚만 늘고 결국 폐업이라는 쓸쓸한 결과를 맛보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운영비나 전기세 등 기본 비용 감당하기도 어렵다 보니 오히려 빨리 폐업을 결정하는 게 그나마 빚이 더 늘어나는 걸 막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최소한 빚만 계속 늘어나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뒤늦은 후회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은퇴하고 나면 대부분이 제빵이나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 따러 너도나도 앞다투어 몰려든다고 하는데, 무언가 해보려는 시도들이 오히려 가만 있는 것보다 못한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늘어만 가는 빚...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비상
은퇴한 50대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은 올들어서만 33만 명이나 됩니다. 올 들어 5월까지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이 가계대출의 7배인 6조3천억 원이나 되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장사는 안 되고 당장 이자 부담하기 버겁다보니, 지난 5월말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년 만에 최고치인 1.17%까지 치솟아 가계대출 연체율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지난해부터 가계대출은 억누르고 상대적으로 부실위험이 낮은 기업대출이나 자영업자 대출 늘린 영향도 있겠지요.
문제는 은행권이 가계대출에 이어, 되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서도 회수를 서두르거나 돈줄을 바짝 죄겠다고 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상당수 생계형 자영업자는 버는 돈 보다 대출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은데 갑작스런 상환 부담이 닥쳐오면, 경제적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다중채무자의 절반 이상이 자영업자일만큼 급증하는 자영업체는 극한 경쟁으로 인한 폐업과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끝 모를 불황은 지속되면서 소득은 떨어지고 빚만 계속 늘어나는 함정에 더 깊히 빠질 수 있는 거죠.
경기가 언제 나아질지 예측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불황과 빚 부담의 이중고에, 안 되는 사업은 빨리 정리하고 그냥 현금 가지고 기다리면서 버티는 게 낫다고 자영업자들은 하소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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