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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레일, 도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취재파일] 코레일, 도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지난 27일, 회사에서 내근을 하는데 다급한 목소리의 제보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부산 가는 KTX 열차를 타고 있는데 30분 전부터 열차가 터널 안에 멈춰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확인해 보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는데, 곧바로 또다른 제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내용은 같았습니다. 이 전화 역시 터널 안에 KTX가 서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제보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트위터를 들어가 봤더니 트위터도 난리였습니다. 열차 안에 갇혀 있다, 더운데 에어컨도 안 들어온다, 뭐라고 방송은 나오는데 말만 하고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밖이 깜깜해서 무섭다 등등. 상황이 안 봐도 짐작이 됐습니다.

코레일에 어떻게 된 건지 확인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 번은 안 받고, 두 번째 받더니 담당자라는 직원에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전화를 받은 언론 담당자라는 직원은 외근을 갔다가 좀 전에 들어와서 내용 파악이 안 됐다고 확인해 본 뒤 전화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승객 수백 명이 한 시간 가까이 터널 안에 갇혀있는데, 아예 상황을 모르고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됐지만, 일단 한 번은 이해해주기로 했습니다. 연락처와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전화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코레일의 답을 기다리는 시간에도 제보가 계속됐습니다. 한 제보자는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은 동영상을 보내줬는데, 동영상 속에 보이는 열차 안은 깜깜했습니다. 제보자와 전화 통화를 할 때 중간에 아기 울음소리도 들리던데, 깜깜한 터널 안에서 아기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동영상을 보내준 제보자는 군인인데 오랜만에 휴가를 나와서 지금 이렇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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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승객들의 공포와 불만을 공감하며 코레일의 답을 기다렸습니다. 10분, 20분, 30분 기다리다 보니 40분이 지나 있었습니다. 무슨 확인이 그렇게 오래 걸리나 싶어서 사무실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세 번쯤 전화했을 때 한 직원이 받더니, 언론 담당 책임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습니다.

또다시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책임자는 계속 통화 중이었고, 답을 준다고 했던 아까 그 직원은 여전히 답이 없었습니다. 기자가 답답하게 전화를 기다린 그 긴 시간 동안, 승객들은 이 더운 날 여전히 긴 터널 속 찜통 같은 열차 안에 갇혀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걸고 또 걸고, 몇 번 전화를 걸어서 한참 만에 책임자와 연결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책임자 얘기가 또 답답합니다. '3시 42분에 멈췄고, 4시 50분에 출발했다. 사고 원인은 차량 고장이다'. 이게 답의 전부입니다. 아니 누가 차량이 고장난 걸 모릅니까. 기자가 알고 싶은 건 그 차량이 왜 고장났는지, 승객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인데, 늘 그랬듯이 사고 원인은 조사해 봐야 하고, 피해 내용에 대해서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답니다. 전화한 시간이 열차가 멈춘 지 한 시간 반도 더 지났을 때 입니다. 도대체 뭘 알고 계시는 겁니까?

기자가 취재를 요청하는 건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게 아닙니다. 코레일에 취재를 요청한 건 열차 안에 갇힌 승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데 이런 무성의한 대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요?

코레일 내부에서 최대한 별 일이 아니었다는 듯 해명을 만들고 직원들 입을 맞추는 동안, 기자는 애가 탔고 열차 안에 있던 노인과 여성 승객 일부는 실신 직전까지 갔습니다. 기자에게는 조사해 봐야 한다, 승객에게는 곧 후속열차가 올 거다, 앵무새처럼 같은 얘기만 반복할 게 아니라 지금 어떤 상황인지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전달해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더운 날 병나지 않도록 대책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사로 이런 얘기를 다 할 수는 없고, 너무 답답해서 몇 마디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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