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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낮시간 전조등 켜고 운전, 비용보다 편익이 더 커

사고 감소 효과로 한 해 2,621억 원 편익 발생

[취재파일] 낮시간 전조등 켜고 운전, 비용보다 편익이 더 커
낮시간에 전조등을 켜고 운전하라는 말, 생소하게 들리시나요? 폭염에 전기수요 폭증으로 에너지 절약이 화두가 된 마당에 대낮에 왠 전조등이냐고요? 하긴 장마철 빗길 운전할 때조차 전조등을 켜는 분들이 얼마 되지 않는 게 현실이긴 합니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 5월, 39번 국도에서 비오는 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통과차량 3,708대 가운데 34.7%에 불과한 1,403대만 전조등을 켜고 지나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빗길 운전시 전조등 점등은 차량 시인성을 높여 사고를 예방하는데 가장 손쉽고 효과 높은 방법인데도 말이죠. 차종별로는 버스가 63%로 전조등 점등 비율이 가장 높았고 승합차는 29%로 가장 낮았습니다.

자동차 선진 문화로 앞서있는 유럽의 경우 지난해부터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낮시간 운전할 때도 전조등을 켜도록 의무화한 겁니다. 정확히는 주간 주행등(DRL, Daytime Running Lamps) 의무화입니다. 일반적으로 전조등 밑에 별도의 라이트를 다는 방식인데, 요즘은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이미 핀란드에서 1970년대 초부터 전조등 점등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운전자가 반대편에서 오는 자동차를 발견하는 즉시 스위치를 누르면 전방의 도로상황이 자동으로 사진에 찍히는 특수장치가 장착된 자동차를 사용하는 실험인데요, 시험 결과 주간에 전조등을 켜고 있는 자동차가 다른 운전자들의 눈에 훨씬 잘 띈다고 밝혀졌다고 합니다. 1992년 주간 주행등 규정이 도입 제정된 뒤 지난해에는 EU 전역에서 의무화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까지 주간 주행등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은 사업용 자동차를 대상으로 전조등 점등 운행을 추진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국방부에서는 군용차량에 대해서 전조등 점등을 규정으로 정해서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간 전조등 점등의 사고감소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국내외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와 있는데 한마디로 '탁월한' 수준입니다. 스웨덴 도로교통연구소 조사 결과 주간 교통사고가 11% 정도 감소했으며, 노르웨이, 덴마크, 헝가리, 캐나다 등에서도 최소 3%, 최대 21%까지 교통사고율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2002년 88올림픽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주간 전조등 점등 캠페인을 시범 실시한 결과 중앙선 침범 사고건수 18%, 사망자수 19%, 부상자수 18% 등의 감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제 주변분들은 대낮에 전조등을 켜라고 하니, 먼저 연료 낭비 아니냐는 게 첫 반응이더군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보면 비용보다 효용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해 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총비용이 9조 6,567억 원 정도인데, 전조등 점등으로 사고가 줄면서 감소되는 비용이 4,249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조등 점등의 사고 감소율 국내외 평균치 8.8% 적용, 주간 야간 교통사고 건수는 1:1 적용)

반면 전조등을 켜면서 추가로 늘어나는 비용으로는 연료 소비액수 1,397억 원, CO2 배출 증가에 따른 처리비용 66억 원, 전구 교체비용  165억 원 등이 있습니다. 양쪽을 비교해보면 전조등 점등의 이익이 훨씬 크다는 걸 실감할 수 있겠죠? 이 정도라면 낮시간 전조등 켜고 운전하기, 귀찮다고 여길 게 아니라 교통안전을 위한 작은 실천으로 삼을 만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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