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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반론'

[취재파일]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반론'
안철수 교수의 대담집 발간과 방송 출연 이후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 발표가 늦어지면서 침체되는 듯했던 지지율이 급반등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내줬던 1위 자리를 순식간에 탈환하기도 했다.

◈ 안철수 "조만간 결론 내릴 것"

안철수 교수는 책 출간 후 첫 TV 출연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지지자들의 생각을 아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생각을 보이고 국민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을 시작하면 그분들의 생각을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또 자신은 지금까지 살면서 성공 가능성 같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도) 성공 확률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결과는 하늘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조 중 하나가 흔적을 남기는 삶을 살자라며 죽은 뒤 자신이 했던 이야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각이 좀 더 좋게 바뀌거나, 회사 같은 좋은 조직 남겨 함께 사는 사회에 기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유부단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사업가는 우유부단하면 성공할 수 없다면서 자신은 교수로서의 시간보다 경영자로서의 시간이 훨씬 길었고 그 만큼 의사 결정을 빨리 치열하게 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고 말하는 등 자신을 향한 비판적 목소리에 정면으로 맞섰다.

◈ 대선까지 불과 넉달 여… 지금 보여줘야 할 건 '생각' 아닌 '정책'

복잡하게 이야기했지만 안철수 교수의 발언은 한마디로 국민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대선에 뛰어들겠다는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문제는 대선이 불과 4개월 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이 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각 후보자들의 정책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니, 어쩌면 늦었는지도 모른다. 국민도 후보들의 정책을 보고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 선거일에 닥쳐서 내던지듯 정책을 내놓는다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다.

안철수 교수는 대담집에서 "제가 생각을 밝혔는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저는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요."라고 밝혔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여줘야 할 건 '생각'이 아니라 '정책'이다.

추상적인 '생각'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동안 안 교수가 해온 멘토라면 '생각'만 갖고도 얼마든지 제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나라의 정책 방향을 정하고 집행해야 하는 행정부 수반의 자리는 '생각'만 갖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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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 많아야?

앞서 언급했듯이 안철수 교수는 TV 프로에 출연해 지금까지 살면서 성공 가능성 같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성공 확률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여부도 당선 가능성 따져 결정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반면 자신의 대담집에서는 "제가 생각을 밝혔는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저는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요."라고 밝혔다.

좋게 해석한다면 당선 가능성에 연연하지는 않겠지만 국민이 원하지도 않는데 자기 기분에 취해 대통령 되겠다고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달리 본다면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을 경우에만, 다시 말해 '당선될 것 같아야'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진정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고 또 사회를 위해 봉사할 생각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과 같은 사람의 많고 적음을 따질 게 아니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까지 설득해 함께 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것이 이른바 '지도자' 혹은 '정치인'의 자세다.

안 교수 스스로 정말 자신의 생각이 위기에 빠진 우리나라를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또 이를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할 각오까지 돼 있다면 머뭇거릴 것 없이 나서야 한다.

◈ 정치 경험 = 나쁜 경험?

안철수 교수는 자신의 대담집에서 정치 경험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 분명 '약점'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약점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낡은 정치 시스템 하에서의 경험은 없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안 교수는 정치 참여를 하지 않은 덕에 적어도 '계파 정치', '돈 정치'라는 현 정치의 구태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운전 경험 없는 사람이 자신은 사고 경험이 없어 다행히라고 하면서 운전대를 잡으려 한다면 그 차에 탄 승객들도 동의할까?

안 교수는 이 시대의 '멘토'로 통한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공감할 줄 아는 지식인이라는 평가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층과 사교육비·주택난에 허덕이는 중년층, 노후 준비가 전무한 노년층의 어려움을 듣고 공감해주고 또 구체적인 정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의 해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것처럼 정치 경험 부족에 따른 '약점'이 있다. '이해 관계의 조정능력'이다. 정치의 본질은 사회 구성원 간에 복잡하게 맞물린 '이해관계의 조정'이다. 수백, 수천 건에 달하는 법안도 따지고 보면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그 규칙을 정한 것이다.

멘토는 듣고 공감해주면 되지만 정치인은 듣고 공감한 뒤 결정을 해줘야 하는 책무가 따른다. 이해관계 조정은 필연적으로 불만을 낳는다. 양쪽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것이고 그런 만큼 어느 한 쪽이 좀 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자칫하면 한 쪽이 아니라 양 쪽의 불만을 살 수도 있다.

정치는 이런 불만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최대한 양쪽이 납득할 수 있는 최적점을 찾는 일이다. 최적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당연히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고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국회는 원래 시끄러운 곳"이라고 한 한 중진 의원의 말이 기억난다. 우리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가 하나로 모이는 곳이 바로 국회이고 그 조정 과정은 다소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폭력사태까지 이어지는 건 분명 볼썽 사나운 일이나 서로 간의 주장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것은 각 이익집단을 대신해 국회의원들이 합의점을 찾아가는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국회 운영이 이견 없이 일사분란하게 이뤄지는 곳은 전체주의 국가 밖에 없다.

비정치권 인사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가운데 하나가 이런 과정까지 싸잡아 구태라고 몰아붙이는 점이다. (일부 정치인들도 이를 '여의도 정치'라고 백안시하기도 한다. 이명박,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그런 입장을 보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여의도 정치'라며 국회를 멀리한 결과, 중요 국면마다 입법부와 갈등을 빚어야 했고 이는 국정을 운영하는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해관계 조정은 정치의 본질이자 정치 경험 없이는 얻기 힘든 (심지어 정치 경험이 있어도 익히기 어려운) 지도자의 핵심 역량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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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의 선택은?

안철수 교수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결정의 잣대로 제시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답은 이미 나온 듯하다.

K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과 24일 전국의 유권자 2천 명을 대상으로 집전화나 휴대전화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2.2%포인트)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37.1%, 안철수 교수 24.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고문은 11.2%였다.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안 교수가 45.8%로 46.3%를 기록한 박 전 위원장을 오차 범위 내에서 바짝 뒤쫓았다.

국민일보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4일 전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신뢰도95%, 오차범위 ±3.46%포인트)에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40.9%, 안철수 교수 36.3%로 조사됐다. 박 전 위원장이 앞서긴 했지만 오차범위 안이었다. 양자대결에서는 안 교수가 49.9%로 42.5%를 기록한 박 전 위원장을 오히려 오차범위 밖에서 따돌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아예 안철수 교수가 다자대결에서도 박근혜 전 위원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지난 24~25일 전국 유권자 1천500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도 95%, 오차범위 ±2.5%) 안 교수의 지지율은 31.7%로 29.8%인 박 전 위원장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물론 이 수치에 대한 해석도 각자 다를 수 있다. 확실히 치고 나왔으니 출마해야 한다고 할 수도 있고 압도적 1위로 올라서지 못했으니 그만 접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안 교수의 물음에 국민의 답은 나온 셈이다. 이제 안 교수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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