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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임태희는 왜 출마했을까?

[취재파일]임태희는 왜 출마했을까?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첫 합동연설회가 26일 광주에서 열렸습니다. 어찌나 더웠는지 염주체육관 앞  주차장의 아스팔트는 열기를 내뿜으며 끈적거릴 정도였습니다. 광주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행사임을 감안할 때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첫 순서는 후보 5명이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것을 동영상에 담아 상영하거나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서는 찬조연설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박근혜, 김문수, 김태호, 안상수 모두 동영상을 만들어 틀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동영상은 5.18 민주화 묘역을 참배하는 박근혜 후보의 스틸 사진을 흑백으로 보여주면서 박 후보의 신뢰와 약속을 강조해 잔잔하면서도 결연했습니다. 김문수 후보의 동영상은 '새누리당 후보가 만든 동영상이 맞나?' 싶을 만큼 박근혜 후보의 부정적인 면을 노골적으로 부각시키고 김문수 후보와 대비시켰습니다. 기자들은 박근혜 후보의 표정 변화를 관심있게 지켜보기도 했는데, 박 후보는 표정이 굳어지는가 싶더니, 영상이 끝나자 다음 차례인 안상수 후보를 보며 활짝 웃는 것으로 분위기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안상수 후보의 동영상은 '코믹물'이었습니다. 안상수 후보가 러닝셔츠 차림으로, 정장 차림으로, 민망하게도 웃통을 드러내고 전국을 누비고 뛰어다니는 코믹 마라톤이었습니다. 김태호 후보는 자신을 해외 선진국의 젊은 지도자들에 비유하면서 젊은 리더십을 강조했습니다.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길 지 몰랐지만 결과는 역전이었다면서 자신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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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임태희 후보는 동영상이 아니라, 찬조 연설을 선택했습니다. 낯선 한 중년의 남성이 단상에 올라, 차분하게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 관중석에서는 '안들린다!' '밥도 안먹고 왔냐!'는 고함이 나왔습니다. 찬조연설자는 목소리를 조금 높여 연설을 이어 갔습니다. 그래도 '안들린다!'는 관중석의 반응은 몇번 더 터져나왔습니다. 임태희 후보가 직접 연설에 나섰을 때도 관중석 당원들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왜 나왔어~!' 하는 외마디 소리도 들렸습니다.

임태희 후보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실장으로, 권력의 핵심부에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고용노동부 장관도 맡아 일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거리를 둬야하는 정부로 낙인 찍혀 있습니다. 그래서 임태희 실장의 대선 출마는 정치권에서는 뜬금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처신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런데 임태희 후보는, 어제 연설회장에서 '5년 전의 열정을 기억하자' 면서 '그때 우리가 하려고 했던 일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내가 이어받아 하겠다'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5년 전을 열정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어제 광주 염주 체육관에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5년 전의 이명박 후보를 만들어낸 경선 결과를 뼈아픈 패배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 임태희 후보는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었습니다.

행사 전에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는데 한 중년 남성이 옆으로 걸으면서 말했습니다. "엄청 덥네요? 그쵸? 아, 진짜 우리 여자 대통령 한번 만들기 정말 힘들다~. 그래도 이번에는 되요, 그쵸?" 그런 마음으로 모여서 '박근혜'를 우뢰와 같이 연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겁니다.

광주염주체육관 행사장에는 커다랗게 '함께' 라는 두 글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상호 비방이나 네거티브 보다는 누가 진정한 대통령 후보 감인지 화합의 자세로 찾아보자는 뜻일 겁니다.  지난 2007년 경선이 가져온 '두나라당' 사태를 다시는 겪어선 안된다는 절박한 인식을 여당은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선은 구도 자체가 둘로 갈라져 있지 않아서, 지난 번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입니다.

부산에서 열린 2번째 합동연설회는 '대립각'을 조금 줄여보려는 시도도 일부에서 엿보였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올림픽과 선거가 다르지 않다면서 자신과의 싸움, 깨끗한 승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팀이 어려울때는 동료를 비난하지 않고 서로 격려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첫날 연설에서는 없었던 내용입니다.

임태희 후보는 5.16 역사인식 등 박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은 연설문에는 담겨 있었지만, 실제 연설에서는 아예 하지 않았고 일자리 얘기로만 연설을 채웠습니다. 그래도 김문수 후보는 꿋꿋하게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함께'라는 슬로건을 실현할 수 있을지 '함께'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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