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2%대 성장을 기정사실화했다.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이 부각되는 등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고조된 탓이다.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제 전망은 '상저하저(上低下低)'로 이미 바뀐 상태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근본 처방이 제시되지 않으면 내년까지 L자형 경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올해 성장률 2%대 그칠 가능성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26일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3% 성장은 확률상 중간값으로 이미 2%대 성장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26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2.8%인데 연간 성장률이 3.0%가 되려면 2분기 이후 경기가 더 좋아야 한다.
그러나 성장을 끌고 갈만한 동력이 없는 상태여서 올해 3.0%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원도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한국은행이 전망한 3%도 중간값을 뜻하는 것으로, 결국 2%대로 떨어진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준상 연구위원은 "대외환경이 좋지 않아 내부에서 수정 전망에 대해 논의가 시작됐다"며 "3분기 3.5%, 4분기 4.5%를 전망했지만 하향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장률을 낮추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상황이 크게 악화하지 않으면 3%대 초중반이 무리한 수치는 아니다"고 밝혔다.
지난 40년간 성장률이 3% 아래로 내려간 것은 5차례였다.
1980년 -1.9%로 첫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몰아친 1998년에는 -5.7%로 가장 낮았다.
또 카드사태가 터진 2003년 2.8%였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2.3%, 2009년 0.3% 등이었다.
◇ 성장저하 근본 요인은 유럽 재정위기 정부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는 것은 대내외 경기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경기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7.6%로, 3년 만에 처음으로 7%대로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8%로 전망하면서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0.4%포인트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의 경기악화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다.
IMF는 이달 초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0%로 낮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4월만 해도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최대 2.9%로 봤으나 지난달에는 2.4%로 내렸다.
중국과 미국 경기악화는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는 올해 초만 해도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과 같은 정책 대응으로 완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심창목 수석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신흥시장 경기 부진은 유로존 위기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를 비롯한 국내 경제 문제도 무시 못할 악재다.
가계부채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해 물가를 올리고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란 핵시설을 둘러싼 긴장은 여전하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하락을 막고자 감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 L자형 경기 흐름 우려 고조 올해 뿐 아니라 내년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전망치 중 가장 비관적인 것이다.
한국은행은 3.8%, 주요 투자은행(IB) 평균은 3.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0%, KDI는 4.1%를 각각 제시하고 있다.
이들 전망치는 상반기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한국 경제가 내년에도 저성장의 흐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L자형' 경기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L자형 흐름은 경기가 바닥권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원은 "유럽 위기는 몇몇 문제 국가의 위기를 막는 미봉책으로는 풀 수가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L자형 경기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심상치 않은 유럽 위기가 스페인, 이탈리아의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 국면으로 넘어가면 예상보다 훨씬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유럽 전역의 은행 부실과 글로벌 신용위기, 극심한 경기침체로 발전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IMF는 이미 한국을 세계 경기둔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한 곳으로 뽑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원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유럽에서 국가 또는 금융기관의 연쇄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주면 좋겠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국 성장률 2%대 추락 가능성…L자형 흐름 우려
유럽 위기 재부각으로 '상저하고'→'상저하저'<br>근본 처방 없으면 내년에도 저성장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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