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승 대형 버스 5대가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찬 걸 보면 대략 2백명 넘는 외신 기자들이 참석했다고 추정됩니다. 매일 열리는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대략 3-40명의 외신 기자가 참석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베이징에서 취재중인 외신 기자들이 그동안 중국 군에 대한 정보에 얼마나 목말라하고 관심을 가져왔는지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버스 행렬은 베이징 시내를 관통해 동쪽으로 1시간 반 가량을 달려 통저우에 위치한 인민해방군 제4헬기부대에 도착했습니다. 헬기 부대라 부대내에 활주로가 길게 펼쳐져 있었고, 인민해방군의 주력 헬기인 Z-9 수십대가 도열해 있었습니다.
제4 헬기 부대 소속 장즈린 대령이 외신 기자들을 맞았는데, 간단한 부대 소개와 훈련 성과, 계획 등을 설명했습니다. 이 부대는 인민해방군 최초의 헬기 부대로 1988년 창설돼, 그동안 베이징 올림픽 보안 활동과 쓰촨 대지진 당시 구조 작업 그리고 선저우 우주선 귀환 당시 수색과 구조 업무를 맡는 등 최정예 헬기 부대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베트남, 필리핀 등의 국가들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 난사, 시사, 중사 군도를 통합 관할하기 위해 싼사 시 정부를 구성한데 이어, 군부대까지 주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당연히 기자들의 질문은 남중국해 분쟁에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연례 훈련 계획에 따라 훈련하고 있을 뿐,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는 답변만 이어졌습니다. 브리핑장에는 상부 기관인 중국 국방부의 겅옌성 대변인도 함께 자리 했지만, 쏟아지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역시나 "대답할 수 없다"로 같았습니다.
헬기 공개 현장에서도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지만 '울림 없는 메아리'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호주 ABC 방송의 스테판 맥도웰 기자가 얘기를 나눴더니, 이 기자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 보다는 이렇게 와서 보는게 낫기는 하지만 이런 저런 질문에 알멩이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니 맥이 빠진다"고 하더군요.
군사 정보라는게 일정 부분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공개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군사 정보가 국가 안보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군 당국이 판단해 공개 범위를 정하겠지만, 중국은 유독 정보 공개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이 커진 국력만큼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 성장해나가고, 또 국제사회가 그런 중국의 부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그동안의 지적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