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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외교포 표심 둘러싼 '동상이몽'

[취재파일] 해외교포 표심 둘러싼 '동상이몽'
올해 대선에는 재외국민들도 1표를 행사합니다. 해외 교포들에 대한 참정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여야가 도입한 제도죠. 이미 지난 4월 총선에 실시한 바 있습니다. 재외국민은 90일 이상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유학생, 해외 영주권자같은 사람들이 모국의 대통령을 직접 뽑는다는 겁니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대선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재외국민 전체 수를 223만여명으로 추정합니다. 대륙별로 유권자수를 추정해보면 일본, 중국이 포함된 아시아가 108만여명, 미국, 캐나다 등이 있는 아메리카가 103만여명, 유럽이 9만3천여명, 중동과 아프리카 2만천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재외국민들은 전 세계 110개국에 마련된 162개 공관에 찾아가 연말 대선에 투표하겠다고 등록한 뒤, 12월 5일부터 10일까지 다시 공관에 찾아와 투표를 하면 됩니다. 1표 행사를 위해 2번 공관을 찾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우리 나라 같으면 뭐 어려운 일이겠냐 싶겠지만, 미국이나 중국 생각해 보십시오.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공관에 두 번을 왔다갔다 하려면 보통 의지가 아니고선 쉽지 않겠죠?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총선 때 재외선거 투표율은 기대치 이하였습니다. 전체 223만여명 유권자 가운데 5.5%인 12만3천여명만 등록했고, 그 중에서도 실제 투표한 사람은 45.7%인 5만 6천여명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유권자 수로 본다면 50명 중 고작 1명 투표한 셈입니다. 투표율이 이렇다보니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고작 이만큼 투표한 거냐는 소리가 들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저조한 투표율에 제일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중앙선관위일텐데요. 그 못지 않게 자존심이 상한 사람들이 재외국민 단체들입니다. 이러다간 재외선거 제도 자체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위기감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올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과열 선거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벌써 여러 단체들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심심찮게 적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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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번 대선을 향한 재외국민들의 의욕은 대단합니다만, 그 열기만큼 실제 투표율이 높아질 지는 모를 일입니다. 여야도 대선 투표율 높이기에는 뜻을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우편 등록이나 인터넷 등록 등을 허용해서 등록을 편하게 해주자는 법안도 사이좋게 냈습니다. 중앙선관위도 영구명부제, 즉 한 번 등록한 사람은 다음 선거 때 다시 등록하지 않아도 자동 등록된 걸로 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선관위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등록을 받는 제도를 허용하자는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법제화 작업엔 진척이 없습니다. 등록 마감이 10월 20일까지인데 언제 상임위 통과해서, 언제 본회의를 통과시킬런지...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중앙선관위가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준비나 능력이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어쨌든 이런 복잡한 사연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얼마나 이뤄질 지 모를 일입니다만..그래도 재외국민들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기본적인 열망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대선 투표율은 지난 총선 때보다는 적어도 2배 이상은 높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입니다. 물론 그 이상일 수도 있구요. 한 표가 아쉬운 여야는 이 표라도 잡기위해 벌써부터 발벗고 나서는 모양셉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여야의 해외표심 타겟은 다릅니다. 우선 새누리당은 이민자들을 끌어모으자는 전략입니다. 재미코미디언 자니윤씨를 박근혜 캠프로 영입한 것은 이런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민주당은 역시 젊은 층, 특히 유학생들의 적극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해찬 대표가 다음달 일본과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포함돼 있습니다. 투표율 제고를 위한 여야의 법안에도 자세히 보면 각 당의 전략이 담겨져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제안하는 우편 등록이나 투표 허용은 역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측면이 크고, 민주통합당이 제안한 인터넷 등록을 허용하자는 건 역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총선 때 투표 결과를 보면 여야 득표율은 팽팽합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쓸어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대선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정당 득표율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이 40.4%, 민주통합당 35.2%, 통합진보당이 14.5%였습니다. 당 별로는 새누리당이 가장 앞서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합산해보면 야권이 앞서는 결과입니다.

재외선거 결과가 이번 대선에서 무시못할 변수라고 보도는 하고 있습니다만, 그럴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재외국민들이 투표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제도 개선, 여기에 대통령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도, 이런 결과가 지난 총선때보다 훨씬 높은 투표율로 이어져야겠죠? 솔직히 총선때보다 2배 정도 오른 투표율로는 대선 변수가 되기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이런 전제들이 모두 충족된 다음에야 비로소 재외국민 선거가 진짜 대선 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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