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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한국에서만 통하는 '세계 3대'

<앵커>

요즘 '세계 3대 발레단'이라는 제목을 내세운 해외 유명 단체의 내한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 3대, 5대 이런 수식어가 해외 단체 내한공연에 흔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김수현 기자가 이 말의 속사정을 들여다 봤습니다.



<기자>

세계 3대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요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공연 홍보 문구입니다.

공연 기획사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가 영국 로열 발레단,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과 함께 3대 발레단이라고 집중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3대 발레단이란 말에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최태지/국립 발레단 예술감독 : 어떤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발레단의 규모, 댄서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 전문가들은 그렇게 발레단을 평가하지만 그렇게 3대, 5대 이야기는 안 하죠.]

만약 굳이 기준을 정해 3대 발레단을 꼽는다 해도 전통 있는 러시아의 발레단이 빠진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공연기획사 관계자 : (출처가 있나요?) 아니요. 그게 사실 여러 말씀하시는 분들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요.]

[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 예술감독·안무가 : 표를 많이 팔기 위해서? 또는 홍보하기 위해서 하는 거란 생각밖에 안 들거든요.]

러시아 3대 발레단을 내세운 공연 홍보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볼쇼이와 마린스키 발레단 외에는 내한단체에 따라 고무줄처럼 달라지는 게 러시아 3대 발레단입니다.

다른 공연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뮤지컬 '미녀와 야수'는 국내에서 세계 5대 뮤지컬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마케팅용 수사였습니다.

[유형종/음악 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근본적인 순위라든지, 또는 예술을 감식하는 절대적인 잣대라든지 이런 식으로 보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문훈숙/유니버설 발레단장 : 등수를 매기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좋아하는 풍토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요. 그런데 예술 본질하고는 성격이 안 맞다고 생각돼고요.]

뛰어난 예술가와 예술작품은 각각 고유한 빛깔과 향기를 갖고 있고 관객의 취향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세계 몇 대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더구나 이것이 별 근거도 없는 홍보용 수사에 불과하다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요?

(영상취재 : 최남길, 박대영, 조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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