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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끼리의 전진"…안철수 교수 대권행보 시작

대담 형식 에세이 '안철수의 생각' 출간

[취재파일] "코끼리의 전진"…안철수 교수 대권행보 시작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마침내 대권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단정적인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안 교수의 대담형 에세이집 '안철수의 생각'을 읽은 감으로는 그렇습니다. 안 교수는 276쪽의 책 시작부터 50여쪽에 걸쳐 정치참여와 관련한 고민과 그 고민의 결과를 또박또박 밝혔습니다. 오늘(19일)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의 양대 축인 정치참여 고민과 우리사회의 과제 가운데 먼저 정치참여 고민 부분을 정리해봤습니다.

◆ "총선 전에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했다"

안 교수는 자신이 정치참여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는 지난 4.11 총선에서 야권의 패배였다고 밝혔습니다. "총선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선이 예상치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 교수는 이렇게 야권의 총선 패배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야권의 주축인 민주당에 대한 실망도 함께 피력했습니다. 잘못된 공천으로 다잡은 승리를 놓쳐버렸다는 겁니다. "민주당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총선 때 판세가 유리했는데 끝까지 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야당을 편들지 못했던 이유는 후보 공천이 국민의 뜻보다는 정당 내부 계파의 이해관계에 영향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언급들은 안 교수가 여당이 아닌, 야당의 시선에서 현실 정치 참여를 고민해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야권에 가깝다고 해서 안 교수가 민주당 등 기성 정당에 합류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안 교수는 지난 3월 서울대 강연에서 "만약에 정치 참여를 하게 된다면 어떤 특정 진영의 논리에 기대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5월 부산대 강연에서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뜻을 대중에게 밝히고,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행동하지만 제 경우에는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민주당을 비롯한 기성 정당으로는 사회적 과제 해결이 어렵다는 시각을 분명히 했습니다. 안 교수는 "정당정치를 믿지만 문제는 정당정치가 아니라 정당이다. 정당 자체가 하나의 강고한 기득권이 되고 민심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고 질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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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하는 분 많아지면 앞으로 나아갈 것"

이런 인식과 분석, 비판을 전제로 안 교수는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본격적으로 풀어놓습니다. 대담을 진행한 제정임 교수가 "대선 출마를 해서 정치를 확실히 바꿔놓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느냐"고 묻자 안 교수는 "제가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을 해나가야 한다.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는데 대통령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정치경험 부족은 분명 저의 약점이지만 한편으로는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라고 반문합니다. 대통령의 롤모델을 물었더니 "우리가 처한 위기상황이나 시대적 과제를 생각해볼 때 미국 대공황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네번 대통령을 연임한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안 교수는 나아가 역대 정부마다 예외없이 회전문이다 측근 중용이다라며 호되게 비판받아 온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합니다. "유능한 인재는 정파와 관계없이 기용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인재추천위원회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상시적으로 폭넓은 추천을 받고 검증위원회를 통해 이 인재들을 검증한 뒤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안철수의 생각'은 정치비평이나 평론의 영역을 넘어 정치 참여를 알리는 백서임이 분명한거죠. 안 교수는 또 "건강을 위해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열심히 식스팩을 만드는 중"이라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내비쳤습니다.

◆ "도전은 힘이 들 뿐, 두려운 일이 아니다"

안 교수는 책 막바지 '맺는말-미래의 주인공들에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도전은 무서운 것이 아니에요. 단지 힘들 뿐이죠. 고달프게 힘들게 살 자신이 있으면 그 사람은 도전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멘토링이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한 암시로도 읽힐 수 있는 말입니다. 안 교수의 측근은 안 교수를 코끼리에 비유했습니다. 덩치 큰 코끼리처럼 한 번 움직이기는 힘들지만 마음을 먹고나면 성큼성큼 거침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말입니다.

안 교수의 도전은 일단 서점가에서는 성공적입니다. 인터넷 서점 '예스 24'에 따르면 오늘(19일) 낮 12시부터 판매가 시작된 '안철수의 생각'은  1분당 9권 정도가 팔려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예스 24'측은 이런 폭발적 반응은 '스티브 잡스 자서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누가 책을 사는지 봤더니 성별로는 남성이 73%로 압도적이었고, 연령대로는 30대가 45.8%로 최고를, 40대가 23.8%, 20대가 22.6% 순이었습니다.

안 교수는 최근 저희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와의 녹화를 마쳤습니다. 안 교수의 TV 출연은 지난 2009년 6월 '무릎팍도사' 이후 3년 만입니다. 저도 오는 23일 밤 11시15분에 '안철수의 생각'을 직접 들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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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에 안철수 교수가 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 저자 서문을 덧붙입니다.

<저자 서문>

우리가 열망하는 사회

자고 일어나보니 세상이 바뀌어 있었다. 2011년 9월 2일이었다. 전날 밤 나의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임박했다는 기사가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그다음 날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현장은 취재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눈앞에서 그처럼 많은 플래시가 터지는 것은 생전 처음 봤다.

사실 그때 나는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생각을 막 시작한 정도에 불과했지만 언론은 90% 진도가 나간 것으로 기정사실화했다. 과거에 내가 기업가나 교수로서 기술과 경제 이야기를 나누던 언론인들과 달리 정치 영역에서는 말 속에 담긴 ‘의도’와 ‘배경’에 훨씬 집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숨은 의도도 없고 에둘러 얘기하지 않는 내 말이 다르게 전달돼 난감할 때가 많았지만, 한편으론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기로 선언한 후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일에 매진하면서, 한편으로는 정치권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울림통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무엇을 얻거나 무엇이 되겠다는 욕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제3당을 만들라거나 4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라는 말씀들에 응하지 않았다. 총선 전에는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그렇게 되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오면서 진로에 대한 선택이 필요할 때마다 비교적 ‘짧고 깊은 고민’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었지만 정치 참여 문제는 혼자 판단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동안의 결정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내 삶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었지만, 이 문제는 국가 사회에 대해 너무나 엄중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기대를 거는 분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고, 내가 가진 생각이 그분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인지, 또 내가 그럴 만한 최소한의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많은 분들께 우리 사회의 여러 과제와 현안에 대한 내 생각을 말씀드리고 그에 대해 의견을 듣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기업 현장에서, 학교에서,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리고 청춘콘서트를 포함한 대화의 자리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우리가 열망하는 사회’에 대해 생각을 나누었다. 그런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도 함께했다. 내 딸을 포함한 미래세대가 꿈을 키우고, 행복을 느끼며,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어가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런 토론과 고민의 결과들이 담겼다. 앞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내 생각을 보다 많은 분들께 구체적으로 들려드리고 많은 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다. 책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장차 다양한 자리를 통해 채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여러분들께서 꼼꼼히 읽어주시고 허심탄회하게 조언과 비판을 해주신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학기말과 겹쳐서 무리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대담작업을 맡아주신 제정임 교수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노력과 정성을 다해주신 김영사 박은주 사장님과 편집 관계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2년 7월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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