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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손연재, 뼈아픈 실수…예방주사 '톡톡'

[취재파일] 손연재, 뼈아픈 실수…예방주사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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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민스크 월드컵 시리즈 개인종합예선. 볼 종목인 마지막 동작만 남겨뒀다. 볼을 높이 던졌다가 등 뒤로 받으며 마무리하면 되는 상황. 공이 예상했던 위치로 떨어지지 않아 경기장 밖으로 흘러나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손연재는 몇 발자국 따라가다가 멈췄다. 수구 없이, 음악에 맞춰 마무리 동작만 했다. 잘 한 걸까.

수구를 놓쳐 이미 0.7점 감점된 상황. 만약 수구를 잡으려다 음악과 동시에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면 0.3점 추가 감점됐을 것이다. 0.01점에도 승부가 갈리는 리듬체조. 순간의 대처에 순위가 달라지고 결선 진출 여부가 갈린다. 그러나 처음 겪는 실수에 당황하면 몸이 먼저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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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난 5월 타슈켄트. 연기를 시작하자 마자 리본이 끊어졌다. 어떻게 해도 0점 처리되는 상황. 이런 경우 인사만 하고 들어가버리는 선수도 있다. 잠시 우물쭈물했지만, 다른 선수가 던져준 리본을 받아 연기를 마쳤다.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주어진 1분 30초 동안 최선을 다해 연기한 덕분에 심판들에게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관중들도 더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당시 현장에서 촬영을 했던 리듬체조 전문 프리랜서 사진작가는 마크(독일)는 당시 상황을 되새기며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그것이 인생이다.”

1분 30초짜리 짧은 인생과도 같은 리듬체조. 수구가 어디로 굴러갈지, 리본이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다. 경우의 수는 수없이 많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훈련뿐 아니라, 실전 경험이 필수적이다.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야 어떤 상황에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리듬체조의 여왕’ 카나에바(러시아) 선수가 훈련할 때도 실전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를 마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올해 시니어 3년 차인 손연재는 런던올림픽을 겨냥해, 지난 4월부터 월드컵 시리즈 5개 대회에 출전했다. 개인종합 4위라는 성과를 거뒀고, 생애 첫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지만, 최근 두 대회에서 잇따라 실수를 했다. 직접 맞닥뜨리지 않고는 짐작하기 어렵고, 머릿속으로 상상한다고 해서 몸이 따라주지도 않을 미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메달보다 더 값진 경험이라는 것이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 전 종목 28점 대, 메달, 민스크에서 목표했던 어떤 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손연재에게는 귀한 약이 되었을 것이다. 런던에서 약효가 톡톡히 발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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