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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현대판 화타' 장병두 옹 유죄 판결을 보고…

[취재파일] '현대판 화타' 장병두 옹 유죄 판결을 보고…
자신만의 독특한 한방 의술로 난치병을 치료해 '현대판 화타'로 불리는 장병두 할아버지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유죄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멀리 도쿄에서 듣게 됐습니다. 저는 지난 2007년 장병두 할아버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던 비교적 초기에 [뉴스추적]이란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현대판 화타 논란, 장병두 할아버지의 진실은?'이란 제목으로 장병두 할아버지 이야기를 취재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치료를 받았던 여러 환자들을 직접 만나서 취재했던  저로서는 이번 확정 판결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취재를 시작할 당시 장병두 옹은 완강하게 만남을 거부했습니다. 집 주소를 어렵게 얻어 무작정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자신의 의술 습득 과정에 대한 할아버지의 설명은 물론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였습니다. 인체의 등 쪽을 진맥하면 모든 질병을 알아낼 수 있고 자신만의 특별한 한약을 통해 당뇨병과 암 등 많은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믿기 힘든 주장이 계속됐습니다. 대화를 하는 사이 저의 마음 속에는 사이비 의료 행위의 허구를 반드시 밝혀 내겠다는 생각이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취재를 하는 동안 차츰 바뀌어 갔습니다. 취재진이 만났던 10여 명의 환자들은 하나같이 난치병으로 죽음만을 기다렸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장병두 할아버지를 만나 진료를 받았고, 지어 준 약을 먹은 뒤엔 모두 완쾌돼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지방 국립대 교수나 소위 지식인 층도 여러 명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때 만났던 환자들의 증언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한 대학교수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장병두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고까지 하더군요. 놀라웠던 사실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취재 결과 장병두 옹의 아들은 한의대를 졸업해 한의원을 직접 운영하는 현직 한의사였습니다. 장 할아버지의 아들은 아버지의 의술에 비하면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면서 하지만 한의사라는 신분 때문에 인터뷰에는 응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의사인 아들의 증언은 아버지의 위법 행위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였을까요?...

결국 사이비 의료행위를 철저히 해부하려던 취재 계획은 바뀌었고 대체의학의 양성화를 바란다는 내용의 프로그램이 제작됐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체의료 행위를 우리나라에 비해 폭넓게 용인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런 내용까지 담아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도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장병두 옹의 유죄를 확정한 대법원 판결문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더군요. "단순히 어떤 질병을 상당수 고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재판부도 여러 차례의 재판 과정을 통해 많은 환자들을 고친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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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은 또 이어집니다. "말기암이나 불치병을 치료했다는 일부 사례를 고려해도 전문교육이나 전문서적을 통하지 않고 남의 도움도 없이 혼자 터득한 의료행위를 의료법을 포함한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 말기암이나 불치병을 치료했다는 일부 사례를 고려해도... 재판부는 다시 한 번 장병두 옹의 의술 행위가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의료법을 위반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용인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전문교육이나 전문서적을 통하지 않고 남의 도움도 없이 혼자 터득한 의료행위를...이라고 운운하는 대목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와 가족들의 입장이라면 이런 재판부의 판단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사이비 의료행위와 대체의학은 반드시 구분되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은 이미 지난 1992년,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대체의학 연구위원회을 두고 이에 관한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병두 옹을 직접 만났고 또 취재를 했던 기자 입장에서는 장 할아버지 의술의 실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불치병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에게 그의 의술이 마지막 희망의 끈이라면... 그것을 놓으라고 말할 권리는 의사도, 재판부도,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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