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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 같다'는 것은 뭘까요?

[취재파일] '박근혜 같다'는 것은 뭘까요?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다가, 눈에 쏙 들어오는 기사 제목이 있었습니다. [손학규, "문재인, 박근혜 같은 이야기다"] 요즘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규칙을 놓고 당내 1위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 대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죠, 문재인 상임고문은 현재 경선규칙이 좋다고 하고 있고, 다른 3주자는 결선 투표 도입 같은 경선규칙 변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에 대해 문재인 고문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바꾸는 것을 바람직 하지 않다"고 반응한 것에 대해 손학규 상임고문이 이렇게 일갈한 것입니다. "그건 박근혜 같은 이야기다".

'박근혜'라는 이름은 우리 정치권에서 우리 나라에서 어떤 '상표'처럼 각인돼 있습니다.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박근혜'는 부럽기만 한 청와대의 공주로, 안쓰러우면서도 매력적인 퍼스트 레이디로, 입이 있어도 말이 없어야 하는 자로, 선거의 여왕으로, 보수세력의 구원투수로 변화하면서 강한 인상을 대한민국 국민에게 남겼습니다.

이 대목에서 사족일 수도 있습니다만, 얼마 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가, 비례대표들과 함께 종합복지관으로 점심 급식 봉사를 갔을 때의 일입니다. 지체장애인들이 꽤 있었는데, '박근혜'가 식판에 밥을 퍼주는 걸 받고 서 있던 한 사람이 자꾸 "누구세요?", "누구세요?" 하고 물었습니다. 이 사람 말이 어눌하여 잘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여러차례 반복하자 알아들은 박 후보는 "아, 누구냐고요? 박근혜~ 박근혜 몰라요?" 라고 웃으며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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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박근혜 대선경선 선대본부는 상징 마크를 만들면서, 박근혜의 얼굴도 이름 석 자도 넣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알려져서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ㅂㄱㅎ ' 이렇게 자음만 담았을 정도라고 한다면, 이름의 상징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박근혜 측은 '박근혜 같다'는 말에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다', '정략적 사고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과 국가를 최우선으로 한다' 이런 뜻이 담겨져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미지만 강조하다보니, '융통성이 없다', '소통이 안 된다'는 이미지를 동전의 양면 처럼 갖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완전 국민경선제' 요구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정몽준, 이재오, 김문수 등 비박계 대선 주자들은 나중에는 '우리가 완전 국민경선제를 꼭 하자는 건 아니다. 경선룰을 논의라도 해 보겠다고 해야, 경선 참여를 할 수 있지 않느냐' 하고 여러 경로로 요구도 아닌 요청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박근혜 측은 '일반국민 50% 당원 50%로 나뉘어 반영되는 현 경선룰에 부족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 경선규칙이 최선의 방책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할 말이 있다고 하면 좀 들어주는 것은 왜 나쁜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5.16 군사 쿠데타를 '돌아가신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하는 박근혜 후보에게서도 '박근혜 같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토론회 직후 박근혜 경선 캠프의 한 인사는 "그냥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만 하셨으면 딱 좋았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추측컨데, 중도층과 3-40대 외연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상당수 사람들은 '불가피한 선택' 정도로 한발 물러서는 것이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적당히 물러서 있지 못했습니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진심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쏟아지는 야당 대선 주자들의 비난과 비박계 대선 후보들의 비판을 예상치 못했을 리는 없습니다. 새누리당 관계자들 조차도 '박근혜의 한계다. 아버지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제 아버지가 하신 일입니다. 자식된 도리로 그 이상 어떤 냉정한 평가를 원하십니까?'하고 정에 호소하는 방법도 있는데, 매번 이렇게 주관적 평가를 당당히 말하는 박근혜 후보가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또 '그게 박근혜'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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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사실, 박근혜와 안철수와 문재인을 잘 모릅니다. 가까이서 만날 수 있고 물어 볼 수 있고 답을 들을 수 있는 저와 같은 기자들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내가 질문을 했을 때 그 사람의 표정, 말투,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해 갑니다. '따뜻하구나, 소탈하구나, 차갑구나, 좀 형광등이구나..' 등등. 결국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 같은'이 무엇인지, 또 안철수나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 같은, 문재인 같은'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좋고 싫고를 정해 투표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노무현의 '말이 통할 것 같은' 이미지가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명박의 '일 하나는 잘 할 것 같은' 이미지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미지와 그들의 모습은 같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까요? 어떻게 하면 이미지에 속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떤 이미지가 그래도 실체에 가까울까요? 기자로서 역할이 있을 것 같아서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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