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문재인, 박근혜와 뭐가 다른가?"…불 붙는 경선 룰 갈등

한번 불이 붙으니 후끈 달아오릅니다. 민주당 경선규칙 갈등 말입니다. 예상대로 문재인-반문재인 구도로 나뉘어져, 진영간 치고 받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먼저 경선 규칙 변경을 요구했던 손학규 고문과 김두관 고문이 결국 정세균 고문을 포섭(?)했습니다. 서로간의 요구 조건을 섞어 단일 대오를 형성한 셈입니다. 이로써 '문재인 고립 작전'의 첫 단계는 일단 성공한 듯 보입니다. 이른바 비문재인 주자들은 1) 결선투표제, 2) 국민배심원제 도입, 3) 현장투표+모바일투표+국민배심원 투표를 같은 비율로 반영하자고 요구했습니다.

당내 여론조사 지지율 1위 후보인 문재인 고문의 반응은 생각보다 빨리, 그것도 격하게 나왔습니다. 이른바 비 문재인 주자들의 경선 규칙 변경 요구는 완전국민경선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모바일 투표에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대폭 늘려 민주통합당 당헌대로 완전국민경선을 실현하자는 겁니다. 그러면서 비문재인 주자들의 요구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담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통합당 당 대표 경선 당시 이해찬-박지원-문재인 연대로 함께 엮이면서 담합이라는 비판을 들었던 문 고문이 오히려 상대 경쟁자들을 담합이라고 쏘아붙이는 재미있는 모습입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손학규 고문이 발끈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광주 북콘서트 이후 부쩍 문재인 때리기에 앞장 선 손 고문이 가만 있을 리가 없겠죠? 손 고문은 경선 룰 변경 요구를 담합이라고 지적한 문재인 고문을 향해 "박근혜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선 규칙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공정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왜 비판받나?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부정하고 밀실에서 해서 비판받는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당내 지지도 1위의  위상을 배경으로 하위 후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문재인 고문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다를 바 없다는 겁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마찬가지 반응이었습니다. 김 전 지사의 직접적인 워딩은 없었지만, 지금 당 경선준비기획단이 내놓은 경선 규칙이야말로 이해찬-박지원-문재인 담합으로 인한 결과물이 아니냐는 겁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 당내 최고 지지율 ⇒ 기득권 ⇒ 하위주자 요구 거부 ⇒ 새누리당 경선 ⇒ 박근혜 전 위원장, 이런 식의 연상 작용을 통해 '문재인=박근혜'라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문재인 고문측은 어이없어 합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은 완전국민경선 요구를 못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고, 문 고문은 완전국민경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인데, 뭐가 같냐는 겁니다. 오히려 완전국민경선제 취지를 훼손하는 비문재인 후보들이 박근혜 전 위원장과 같은 입장이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 정리가 되지 않은 모양세입니다. 최고위원 중에 김한길, 강기정 최고위원은 공개 발언을 통해 "후보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상호 최고위원도 비공개 회의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들었지만, 본인에게 직접 확인은 못했습니다. 반면 경선기획준비단장인 추미애 최고위원은 다른 입장입니다. 당헌 규정과 정신에 위배된다는 겁니다. 문재인 고문과 결을 같이하는 얘기입니다. 당 지도부에선 최고위원들끼리 비공개 토론을 심도있게 한 뒤 "후보들 얘기를 더 들어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론을 열어놓고 후보들 얘기를 들어보자는 건지, 결론은 정해놓고 후보들 위로 차원에서 얘기나 들어주자는 건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 대표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비문재인 후보들간의 갈등이 감정적으로 격화되기 전에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당 대표가 어떻게 역할하느냐에 따라 이런 후보들간의 갈등이 경선 흥행을 이끄는 흥행요소로 이어질 지, 아니면 이전 투구로 변질될 지를 가름하게 될테니까요. 후보들간의 갈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필수 요소이지만, 적당한 선에서 제어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혐오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봅니다. 이왕 문재인 고문이 박근혜 전 위원장과 비교됐으니 하는 말인데요, 만약  문재인 고문이 박근혜 전 위원장과 다른 선택을 한다면 결과는 어떨까요? 다른 후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준다면, 원칙 없는 정치인이라고 욕 먹을까요? 아니면 더 큰 그릇으로 평가받을까요? 그의 선택이 경선에서 나쁜 성적표를 줄까요? 아니면 준수한 성적표에 정치적 포용력이란 덤까지 얻을까요? 결과는 모를 일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