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으로 냉방이 제한되면서 전국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실내온도가 30도가 넘는 `찜통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4시 20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내 사무실 벽에 붙은 온도계는 3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냉방기는 가동이 중단됐고 사무실 곳곳에서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온도를 낮추려고 천장의 형광등마저 절반씩만 켜놔 사무실은 어둑했다.
직원들은 더위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직원들이 많아 `인구 밀도'가 높은 사무실은 체감온도가 온도계 숫자보다 훨씬 더 올라간다.
가만히 앉아 몇 마디 주고받기만 하는데도 귀 옆으로 땀이 솟을 정도다.
고온의 공기에 여러 사람의 체취까지 섞여 있으니 곧 머리가 멍해지기 십상이다.
정부청사 관리소 관계자는 15일 "실내 온도가 32도 이상 올라가 직원들이 힘들어하지만 `공공기관 하계 전력 수급·에너지 절약 대책'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여름철 근무 여건이 작년보다 크게 열악해진 이유는 무더위가 지속되는 데다 정부 대책에 따라 오후 피크 시간대 냉방이 1시간 45분 동안 중단되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가 정한 시간표에 의거해 전국 공공기관은 오후 시간대에 실내 온도가 냉방 기준인 28도가 넘더라도 냉방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 등 A조로 구분된 지역은 오후 2시∼2시45분, 오후 3시∼3시30분, 오후 4시∼4시30분 사이에는 냉방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냉방을 껐다 켰다 한 탓인 지 냉방기가 다시 가동돼도 온도는 별로 내려가지 않고 30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사무실은 냉방 중에도 창문을 열어두고 있다.
11층 이상 고층에 있는 사무실은 아침 9시에 이미 30도를 넘어서지만 청사관리소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오전 10시가 지나야 냉방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직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더위를 못 견뎌 보안 상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두고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 병원에 출입하는 직원도 눈에 띄는 실정이다.
중앙청사와 과천청사에서는 개인 선풍기를 몰래 가져왔다 압수당하는 직원이 있고, 일부 부서는 단체로 얼음 스카프를 주문해 목에 두르거나 아이스팩을 끼고 있는 등 더위를 이기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내부 게시판에는 '이렇게 해서 절약하는 비용이 얼마냐'는 불만과 함께 '가장 더운 시간에 쉬는 시간을 주고 시원한 로비에 다녀오게 하자'거나 '얼음 조끼를 사달라', '얼음이라도 실컷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등의 애교성 제안도 올라오고 있다.
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블랙 아웃을 피하기 위해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행정 서비스가 부실해지는 데 따른 보이지 않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30℃ 넘는 '찜통'에서 공무원들 `땀 뻘뻘'
정부 시책에 전국 공공기관 생산성 저하 우려<br>얼음스카프 두르고 아이스팩 끼고 더위쫓기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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