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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中 잇따른 강제 낙태 파문…기로에 선 '한 자녀 정책' (2)

[취재파일] 中 잇따른 강제 낙태 파문…기로에 선 '한 자녀 정책' (2)
중국에서 산아제한을 위반해 호적에 오르지 못한 아이들을 '헤이하이쯔(黑孩子)'라고 부릅니다. 지난 해 5월 마젠탕 국가통계국장은 "제 6차 인구 통계조사 결과 무호적자가 약 1천 3백만 명이었고, 그 대다수는 정부의 한 자녀 정책을 어기고 태어난 경우"라고 밝혔습니다. 이 아이들은 호적이 없기 때문에 의료와 교육 등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어둠의 자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자라나지 못한 이들은 장기적으로 사회 불만 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이 호적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살인적인 벌금 폭탄 때문입니다. 일명 '사회부양비'로 불리는 벌금은 아이가 더 태어남으로서 사회가 지불해야할 비용을 부모가 부담한다는 명목입니다. 사회부양비는 해당 지역 주민의 연평균 소득에 따라 또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편차가 크고, 공무원들의 재량권도 많아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합니다.

베이징의 경우 벌금액이 24만7천 위안(약 4천5백만 원), 상하이는 약 11만 위안(약 2천만 원) 가량입니다. 하지만 최근 저장성에서는 둘째 딸을 낳은 부부가 130만 위안 (약 2억 3400만 원)의 벌금을 통보받았습니다. 사업가인 부부의 경제력을 고려해 벌금이 높게 산정됐다는 게 현지 정부의 설명입니다. 중국의 1인당 GNP가 5천달러(약 5백5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가정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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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터넷 매체인 홍넷은 지난 5월 지난해 중국 전체 31개 성.시의 사회부양비를 자체 조사한 결과 최소 2백억 위안(3조 6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사용처가 불명확해 의혹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쓰촨성 네이장시에서는 사회부양비가 재정에 포함되지 않고 없어진 사건이 발생했으며, 징수된 사회부양비를 공무원들이 격려비로 사용한 경우도 적발됐습니다.

중국정법대학의 왕젠쉰 교수는 "지방 정부는 사회부양비가 정해진 예산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징수되는 즉시 써버리는 게 보편화돼 있다"며 "징수된 사회부양비가 각종 명목으로 전용되거나 새나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자녀 정책'은 법을 순순히 지킨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외동딸(아들)을 잃은 부모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을 사고로 혹은 실종으로 잃어버린 이들입니다. 중국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한 자녀'를 잃은 가구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경우 이들에게 3년 동안 연 2789위안(약 50만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이마저 49~55세까지 나이 제한이 있습니다. 이들은 강제 산아 제한 때문에 사고무친한 팔자가 된 데다, 노후에 부양받을 자식이 없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에 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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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도 골칫거리입니다. 중국도 초고속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2015년부터 노동 인구가 매년 8백만 명씩 감소해 급속한 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노동력 감소는 곧 경제성장력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남아 선호 사상이 여전히 강한 농촌에서는 딸을 낙태하면서 성비 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여야 100명당 남아 1백 19명 정도로 '남초현상'이 심각한데 2020년이 되면 약 3000~4000만 명의 남성이 배우자를 구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농촌에 헤이하이쯔가 있다면 도시에는 '샤오황디(小皇帝)가 있습니다. 부모 뿐만 아니라 양가 조부모가 한 명 뿐인 아이를 놓고 온갖 비위를 맞춰주며 황제로 키우고 있습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홀로 자란 이 아이들은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도 미숙해 도덕적,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970년 5.5명에 달했던 중국의 출산율은 2010년 1.54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무자비한 '한 자녀 정책' 덕분에 세계 최대 인구 대국 중국은 이제는 세계 최저 출산국으로 변신했습니다. 한 자녀 정책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현대사회의 특성상 많은 아이를 원하는 부모가 점점 줄어들면서 강제 산아 정책이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중국 사회에서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비싼 집값은 둘째치고 치솟는 생활비에 높은 사교육비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노예가 된다는 '하이누(孩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게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한 자녀 정책' 폐기론도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싱크 탱크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이달 초 한 자녀 정책 폐기를  처음으로 권고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해 11월 중국 남부 광둥성 정부가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한 자녀 정책을 완화해 두 자녀까지 허용하자고 중앙 정부에 신청한 이후 일률적인 산아 제한 정책을 완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30년 넘게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 정부가 어떤 유연성을 발휘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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