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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손에 숨진 女, 경찰서 왔었지만 '침묵'…왜

동포여성, 가정폭력 끝까지 침묵해야 하는 현실

<앵커>

한국으로 시집온 중국동포 여성이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사실 목숨을 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스로 경찰서까지 찾아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던 겁니다.

장훈경 기자가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기자>

한 여성이 경찰과 함께 지구대에 들어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112 신고 전화 : 여기 좀 와 주세요. 싸워서 옷이랑 다 뜯어버리고. (누구하고 싸웠어요?) 우리 아저씨하고 나하고.]

하지만 막상 경찰 앞에선 진술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습니다.

30분을 이러다 남편에 대한 고소장을 썼지만 며칠만 더 생각해보겠다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내는 어렵사리 경찰을 찾아갔지만 끝내 제대로 된 신고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이 여성은 7년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한 중국동포.

이른바 조선족입니다.

결혼할 때만 해도 다정했던 남편은 일을 그만둔 뒤에는 술만 마시면 아내를 때렸습니다.

아내는 식당일로 받은 일당 5~6만 원으로 생계를 도맡아 왔지만, 남편의 폭력은 나날이 심해졌습니다.

[식당 주인 : 근래 들어 심해지더라고요. 집에서 때렸나 봐요. 매일 (아내가) 파스 붙이고 다니고, 파스 냄새나고.]

조선족 여성은 한국에 2년 이상 거주하고 한국인과 결혼해 3년 이상 살면 한국 국적을 받을 수 있지만, 남편은 계속 신원보증을 거부하며 국적을 바꿀 수 없게 했습니다.

"중국으로 추방시키겠다"며 아내를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인권센터 관계자 : 어쨌거나 신분이 불안한 거잖아요, 한국에 살면서. 당신이 한국사람이 아니니까 세금이 더 많이 나온다고 계좌 등을 다 자기 이름으로 (관리하면서.)]

이혼을 하면 한국 국적을 받을 수 없어 끝까지 참고 살았지만, 한국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 영상편집 : 최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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