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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만에 호적 만들고 노령연금 반납한 사연

남의 이름으로 살다 새 호적 등록 <br>법원 "타인 명의 연금수령은 잘못"

84년만에 호적 만들고 노령연금 반납한 사연
한평생 남의 이름으로 살던 80대 할머니가 자신의 본명으로 호적을 만들었지만, 법에 따라 그간 받았던 노령연금을 반납하게 됐다.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 등의 암울한 역사 탓에 호적을 갖지 못한 채 한평생을 살아온 전북 순창군 적성면의 85세 할머니는 지난해 7월 비로소 윤00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남의 이름으로 긴 세월을 가슴 졸이며 살았지만 길지 않은 여생만큼은 꼭 부모가 붙여준 본인 이름으로 살고 싶어서였다.

자식들 도움과 법원의 허가로 새 이름을 찾은 기쁨도 잠시.

할머니는 예상 못 한 통지서를 받았다.

윤 할머니가 호적을 만들기 전에 사용한 '양00씨 명의로 3년 동안 받은 노령연금 366만 원을 반납하라'는 내용이었다.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에 흔했던 관행에 따라 호적 없이 살다가 한국전쟁 후 만난 남편의 숨진 전처 이름(양00)으로 지난해까지 살았다.

그리고 양 씨 이름으로 최근 3년간 노령연금을 받았다.

그러나 순창군이 윤 할머니가 새 호적을 만든 것을 확인하고 "사망한 타인 명의로 노령연금을 받은 것은 잘못"이라며 연금반납을 요구했다.

할머니는 억울함에 순창군에 사정도 하고 행정소송도 했지만 패했다.

사정은 딱하지만 실정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넣어 "남의 이름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노령연금 수급 나이에 해당하는 만큼 보호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연금반납을 피할 수 없었다.

순창군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윤 할머니 건을 문의한 결과 "환수조처해야 한다"는 답을 받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복지부 판단과 법원 판결이 내려진 만큼 권익위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할머니 딱한 사정은 알지만 실정법을 어길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권익위도 자치단체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할머니는 지난해 이미 양 씨 명의로 받은 기초노령연금을 전액 반납했으며, 호적 등록 이후 자신 명의로 매월 9만여 원의 연금을 지급받고 있다.

(순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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