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남의 이름으로 살던 80대 할머니가 자신의 본명으로 호적을 만들었지만, 법에 따라 그간 받았던 노령연금을 반납하게 됐다.
일제 강점과 한국전쟁 등의 암울한 역사 탓에 호적을 갖지 못한 채 한평생을 살아온 전북 순창군 적성면의 85세 할머니는 지난해 7월 비로소 윤00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남의 이름으로 긴 세월을 가슴 졸이며 살았지만 길지 않은 여생만큼은 꼭 부모가 붙여준 본인 이름으로 살고 싶어서였다.
자식들 도움과 법원의 허가로 새 이름을 찾은 기쁨도 잠시.
할머니는 예상 못 한 통지서를 받았다.
윤 할머니가 호적을 만들기 전에 사용한 '양00씨 명의로 3년 동안 받은 노령연금 366만 원을 반납하라'는 내용이었다.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에 흔했던 관행에 따라 호적 없이 살다가 한국전쟁 후 만난 남편의 숨진 전처 이름(양00)으로 지난해까지 살았다.
그리고 양 씨 이름으로 최근 3년간 노령연금을 받았다.
그러나 순창군이 윤 할머니가 새 호적을 만든 것을 확인하고 "사망한 타인 명의로 노령연금을 받은 것은 잘못"이라며 연금반납을 요구했다.
할머니는 억울함에 순창군에 사정도 하고 행정소송도 했지만 패했다.
사정은 딱하지만 실정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넣어 "남의 이름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노령연금 수급 나이에 해당하는 만큼 보호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연금반납을 피할 수 없었다.
순창군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윤 할머니 건을 문의한 결과 "환수조처해야 한다"는 답을 받았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복지부 판단과 법원 판결이 내려진 만큼 권익위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할머니 딱한 사정은 알지만 실정법을 어길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권익위도 자치단체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할머니는 지난해 이미 양 씨 명의로 받은 기초노령연금을 전액 반납했으며, 호적 등록 이후 자신 명의로 매월 9만여 원의 연금을 지급받고 있다.
(순창=연합뉴스)
84년만에 호적 만들고 노령연금 반납한 사연
남의 이름으로 살다 새 호적 등록 <br>법원 "타인 명의 연금수령은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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