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파일] 불법 사금융 ② - 사기소송에 두 번 우는 피해자들

[취재파일] 불법 사금융 ② - 사기소송에 두 번 우는 피해자들
A씨는 등록 대부업체에서 400만 원을 대출 받았다.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했고, 원금은 100만 원 정도 갚았다. 그리고는 연체가 시작됐다. 이 대부업체는 대출할 때 받아놓은 공증을 근거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다. 청구금액은 400여만 원. A씨는 해당 대부업체에서 부채증명원을 떼 보았다. 대출잔액과 미수이자 등을 포함해 300여만원으로 찍혀 있었다. “당신들이 발급한 부채증명원에도 100만 원은 갚은 걸로 돼 있는데 왜 400여만 원이 청구됐냐?” A씨의 항의에 대부업체는 “제반 소송비용과 나름의 이자를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합리적인 근거는 대지 못 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B씨 역시 등록 대부업체로부터 공증을 하고 500만 원을 빌렸다. 500만원은 약속대로 갚았다. 2차로 200만 원을 빌렸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연체가 됐다. 이 대부업체는 처음 돈을 빌려줄 때 받아 놓은 공증을 제시하며 500만 원을 청구했다. B씨는 선배가 일하는 법률사무소의 도움을 요청했다. 사무장 C씨가 이 대부업체에 전화로 항의했다. “연체된 건 200만 원인데 취하됐어야 할 공증을 근거로 500만 원을 청구하는 건 사기다. 소송을 걸겠다” 대부업체의 답은 신경질적었다.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당신만 문제 삼는 것이냐? 소송을 걸지 않으면 우리도 소를 취하하겠다”

사무장 C씨는 대부업체들의 전형적인 채권 부풀리기 수법이라고 전했다. “이 쪽(채무자)에서 세게 나가면 대부업체들은 전산상의 착오가 있었다거나, 직원들의 실수였다면서 슬쩍 꼬리를 내린다. 그렇지 않으면 저 쪽(채권자)에서 주장하는 대로 채권액이 확정되기 일쑤다.”
이미지
정식으로 등록하고 영업하는 대부업체들도 이 정도인데 하물며 불법 사채업자는 어떨까? C씨는 수수료 떼고 800만원을 대출받았다. 사채업자의 강요에 1,000만 원 짜리 공증을 했다. 이상하기는 했지만 당장 돈이 급했다.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몰라서 그냥 받아놓는 것”이라는 사채업자의 말에 속을 수 밖에 없었다. 중간에 400만 원을 갚았고, 연체가 시작됐다. 사채업자는 1,000만원 짜리 공증을 근거로 C씨 집에 있던 가전제품 등에 압류를 걸었다. 1,000만 원을 모두 갚으라면서. “중간에 400만 원은 갚지 않았냐?”는 항의에 “갚았다는 증거 있냐?”는 답이 돌아왔다. 아뿔사! 중간에 돈을 일부 갚으려하자 사채업자가 통장으로 입금하지 말고 돈을 받으러 갈테니까 현금으로 준비해 놓으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사채업자들이 공증을 근거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대부분 사채업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 통상 사채를 쓰는 채무자들은 빚을 못 갚았다는 자괴감과 법률 지식의 부족으로 법적으로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뭔가가 날아오면 겁부터 먹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연체 문제를 해결해서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할 뿐, 법적으로 금액이 맞고 틀림을 다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사채업자가 빚 받아내러 올 때마다 몇 십만원씩 쥐여주는 방식도 많아서 채무자 스스로 돈을 얼마 갚았다고 입증하기도 어렵다. 하물며 몇 백 만원 짜리 소액 대출인 경우 시간과 비용을 감안할 때 채무자들이 법적으로 따지고 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지

사채업자는 이런 절박한 심리를 파고 든다. 최대한 채권액을 부풀려서 채무자들을 몰아세운다. 특히 채무자들이 금융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하다고 간파하면 뜯어낼 수 있는 한 최대한 뜯어내는 본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한 변호사는 이런 사채업자의 행위를 “법원을 기망하는 것으로 명백한 사기 소송이자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항력이 약한 채무자들이 맞서 싸우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아무리 갚아도 원금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기만 한다. 법원도 다 갚아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있나’라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의 절규는 상당 부분 이런 소송 사기에서 비롯된다. 그런데도 이런 부분에 대한 수사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의 사무장 C씨는 검찰에 있는 선배에게 이런 소송사기가 만연해 있다는 일종의 제보를 했다. 하지만 아주 질이 나쁜 범죄라면서도 '너무 작은 사건이어서' 수사할 여력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변호사들은 “사채업자의 요구대로 공증을 하면 안 된다. 공증은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것으로, 가급적 공증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가피하게 돈을 빌리면서 공증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우선 채권자에게 인감 등을 건네주며 공증을 위임하지 말라. 급한 마음에 그냥 위임해 버리면 채권자는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공증서류의 내용을 꾸밀 것이다. 나중에 어떤 족쇄로 작용할 지 모른다. 둘째, 원금과 이자율, 변제일 등을 명확히 구분해서 써라. 채권액을 마음대로 부풀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돈을 주고받은 기록을 분명히 남겨라. 은행을 통해 송금하거나, 현금으로 갚을 것을 강요한다면 반드시 영수증을 받아둬야 한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