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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재오·정몽준 씁쓸한 퇴장… 김문수는?

[취재파일] 이재오·정몽준 씁쓸한 퇴장… 김문수는?
비 박근혜계 대선주자 3인방의 운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예고된 일이었을까?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요구하며 결기있게 나섰지만 당내 권력지형이 친박계로 재편된 상황에서 이들은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친이계 좌장으로 이명박 정권의 탄생을 이끌었던 이재오 의원과 4년 전 새누리당 입당 후 서울 출마로 승부수를 던졌던 정몽준 의원 모두 스스로 경선 참여를 포기했다.

◈ 이재오 "누구를 탓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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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전, 이재오 의원이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평소 박근혜 전 위원장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해왔던 이 의원의 등장에 관심이 쏠렸다. 이미 경선 불참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터여서 그의 입에서 어떤 말들이 나올지 궁금증이 컸다.

이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시대의 흐름이자 정치개혁의 핵심이며 정권재창출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고 그런 만큼 도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당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약속을 해왔다며 입을 열었다.

이 의원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겁고 비통한 심정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선 불참을 선언해야하는 지금 심정이 참담하다면서도 어떤 것을 문제삼아 누구를 탓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의외였다.

결국 그의 입에서 예상했던 '독설'은 나오지 않았다. 개인보다는 당을 생각하면서, 개인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이 되어 국민 모두로부터 사랑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점잖은 비판 정도였다. 당의 현재 모습이 과연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차기 정권을 감당할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 리더십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위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서민적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한 자, 없는 자, 못하는 자의 아픔을 온몸으로 공감하고 인간적인 삶의 희망을 주는 리더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박근혜 전 위원장을 향해 독재적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던 것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보였다.

◈ 정몽준 "정당 독재… 경선 참여는 권위주의 회귀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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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정몽준 의원이 기자회견을 했다. 내용은 역시나 경선 불참. 뜻밖에도 발언 수위는 이재오 의원보다 휠씬 높았다. 정 의원은 절대적 지분을 가진 일인자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당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정면비판했다.

또 87년 민주화 이후 4반 세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정당 독재가 미화되고 찬양되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친박근혜계를 겨냥했다. 정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당이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일이라고 경선 불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선을 앞두고 적전분열 (敵前分裂)이 아니냐는 비판도 정면 반박했다. 자신도 정권 재창출을 바라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누리당과 보수가 재집권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당을 죽이고 보수를 죽이는 길이라고 맞받았다.

예상 밖의 강도 높은 발언이었다.

◈ 김문수 "침묵...침묵...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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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의원의 경선 불참 선언 이후 관심은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쏠렸다. 하지만 '침묵' 뿐이었다. 고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하지만 물밑 움직임은 달랐다. 남경필, 정병국 의원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제의했다 거절당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결심 모드로 들어간 뒤 모든 캠프활동은 중단했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지만 뭔가 끊임없이 출마 쪽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10일로 예정돼 있던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를 17일로 연기한 것도 그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물론 김문수 지사 캠프 측은 토론회를 취소했는데도 관훈클럽 쪽에서 일방적으로 잡아놓은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문수 지사가 참여 쪽에 무게를 두고 여전히 결정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당 후보등록이 끝나는 오는 12일까지는 어떻게든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마땅한 선거대책위원장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곤궁한(?) 사정이 사실이라면 무조건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한 말을 뒤집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위험을 감수하며 나섰다가 나섰다가 2등 자리 마저 뺏길 경우 정치 생명이 사실상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는 후문이다.

◈ '여지' 남겨 놓은 이재오·정몽준

경선 불참을 선언했지만 이재오·정몽준 의원의 역할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경선 이후 본선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관심이다. 두 의원 모두 경선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탈당할 생각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재오 의원은 경선을 통해 새누리당 후보가 결정되면 도와줄 것이냐는 질문에 "그때 가서 보겠다", "경선이이제 시작됐으니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그때 가 봐도 늦지 않다"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정몽준 의원 역시 같은 질문을 받고 "당원의 도리를 다 할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당과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경선 이후 당내 상황도 박근혜 전 위원장의 숙제로 남게 됐다. 비박 주자들이 여지를 남겨뒀으니 좀 시끄럽게 굴어도 끌어 안든가 '불통'이라는 상처만 남겼으니 아예 털고 가든가 박 전 위원장의 선택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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