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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노숙자 5년째 먹이는 한인 택시운전사

"어려운 사람에게도 관심 가져주는 것이 중요"

뉴질랜드 노숙자 5년째 먹이는 한인 택시운전사
"사랑을 가장 감동적인 방법으로 실천하는 사람."

뉴질랜드 사회로부터 이런 찬사를 듣는 자랑스러운 한인 택시 운전사가 있다.

지난해 큰 지진이 났던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자비로 일요일마다 노숙자들에게 5년째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있는 대니얼 정(한국명 정신기·54)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의 유명 시멘트 회사에 다니다 지난 1993년 뉴질랜드로 이주한 정 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택시 운전을 하고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부인 손현숙(51)씨와 노숙자들에게 나눠 줄 소시지, 빵, 볶음밥, 샐러드, 케이크, 스시, 피자, 초코파이, 바나나, 사과, 주스 등을 차에 싣고 11시 30분께 크랜머 광장으로 향한다.

지금이야 가족들은 물론 이웃에 사는 현지인 변호사와 한국인 등 자원 봉사자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그를 돕고 있지만 처음 '무료 급식'이라는 안내판을 들고 라티머 광장에 나섰을 때만 해도 정 씨는 완전히 혼자였다.

그러나 중년의 아시아 남자가 나눠주는 공짜 음식에 서먹서먹해하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정 씨를 기다리게 되면서 부인과 어린 자녀까지 나서 정 씨를 돕지 않으면 안됐다.

정 씨가 혼자 일을 벌이기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이었다.

그리고 1년쯤 지났을 때는 정 씨의 선행이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현지 교회와 한인 교회 등에서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했다.

정 씨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한때 100명까지 이르렀던 적도 있으나 지금은 보통 70명 정도가 일요일 정오 무렵 크랜머 광장에 모여든다.

당초 정 씨가 급식 장소로 사용했던 라티머 광장이 지난해 지진으로 폐쇄되면서 크랜머 광장이 새로운 급식 장소가 된 것이다.

노숙자들은 나이와 인종도 다양하고 배경도 모두 다르지만 정 씨 가족이 마련한 음식을 받아드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밝게 웃으며 말도 많아진다.

겉모습이 다소 추레하기는 해도 가족 나들이를 나온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

정 씨 가족이 노숙자들에게 나눠 줄 음식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주 300뉴질랜드 달러(약 27만원) 정도로 요즘은 이 가운데 절반을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 씨의 선행 소식을 들은 봅 파커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이 지난 2010년 5월 선뜻 2천달러를 지원해준 적도 있고 크랜머 광장으로 찾아와 말없이 돈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또 한인 동포들을 포함해 정기적으로 조금씩 후원해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 씨가 노숙자 봉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모든 비용은 그의 주머니에서 나갔다.

택시 운전으로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어린 네 자녀와 부인 등 가족을 부양하는 그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따스한 손길로 노숙자들에게 다가갔다.

바로 그런 까닭에 노숙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돈 많은 부자이거나 그 자신이 한때 노숙자였을지 모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었다.

물론 그것은 노숙자들의 추측이고 상상일 뿐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정 씨는 10일 인터뷰에서 5년 전 겨울에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노숙자 2명이 굶주림과 추위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노숙자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면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라기보다 그의 핏속에 도도히 흐르는 집안 내력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경남 충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그는 지금은 경북 청도에서 전도사로 나환자들을 위해 일하는 어머니, 경남에서 역시 목회활동을 하며 나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형님 등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가족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봐 왔던 것이다.

정 씨는 "노숙자들을 아주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고 그들도 이제 우리를 친구로 대해준다"며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들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료 급식을 받았던 노숙자들이 초콜릿이나 십자가 등 선물을 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올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해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 후 딱 한 번 노숙자 봉사를 거른 적이 있으나 지진으로 부서진 집을 수리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모텔에 머무는 동안에도 노숙자 봉사는 계속했다"며 앞으로도 노숙자들을 돕는 일은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씨 가족의 이 같은 선행에 노숙자들은 물론 이웃과 시민들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 노숙자는 정 씨 가족이 노숙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 씨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노숙자들이 가족처럼 하나가 됐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댓글에서 정 씨가 하는 일은 조건 없는 사랑이라며 그는 지금 사랑을 가장 감동적인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의 한 신문은 정 씨 가족이 노숙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며 노숙자들은 정씨 가족을 보면 언제나 반갑게 손을 잡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곤 한다고 소개했다.

(오클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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