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렇게 무자비한 의원들도 어떨 때는 기가 막힌 동료애를 과시하기도 합니다. 언제 싸웠냐 싶을 정도로 똘똘 뭉칩니다. 동료 의원이 제명되거나, 동료 의원이 감옥 가는 걸 막을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일까요? 일심동체가 아니라 그야말로 여야동체입니다. 실제 이런 끈끈한 동료애는 통계로도 잘 나타납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총 45건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상정됐지만, 겨우 9건만 통과됐습니다. 23건은 표결에도 부치지 못했고, 12건은 부결됐습니다. 방탄율이 무려 80%. 말 그대로 철통 방어라 할 만하네요.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체포 특권은 원래 의정 활동 보장이 목적입니다. 행정부의 부당한 억압을 막아주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그 용도가 변질이 됐습니다. 범죄 혐의가 있는 의원 보호용으로 바뀐 거죠. 그러다보니 오히려 정상적인 국회 운영도 방해가 되고, 형사 사법 기능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하다시피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아예 표결에도 부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국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16대 국회부터 꾸준히 개선 의견이 제기됐다가 17대 국회에서 최소한의 불체포 특권 남용 절차를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생긴 것이 '체포동의안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처리' 규정입니다.
지금까지 방탄율 80%를 자랑하는 국회지만, 이번엔 그 철통같은 방어력에 균열의 조짐이 보입니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모두 "원칙대로 처리"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처리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걸 보니, '행정부의 부당한 억압을 받은 동료 의원'이라는 시각은 없다는 얘기겠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말은 한 술 더 뜹니다.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어야 정상"이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동료 의원으로서 상상하기 힘든 발언입니다.
여야가 이렇게 매몰차게(?) 나오는 것은 의원들 스스로 발목이 잡힌 이유가 큽니다. 19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여야가 앞 다퉈 쇄신 경쟁을 벌이는 상황 말입니다. 불체포 특권을 없애니 마니 하는 마당에 방탄 국회를 앞장선다? 스스로 모순에 빠져드는 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이유라도 체포동의안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은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게 뻔합니다. "너희도 별 수 없다"는 말을 국회 임기 시작부터 들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당론으로 체포동의안 통과를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의원별 자유투표를 하기 때문에 의원들 개개인의 생각이 어떨지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분위기로서는 체포동의안 반대에 표를 찍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특히 여야 공히 초선 의원들이 많아 박주선, 정두언 의원과 개인적인 인연이 별로 없다는 점도 부담 없이 표결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힙니다.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됩니다. 간단히 절차를 소개합니다. 본회의에서 먼저 정부의 체포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의원들끼리 질의나 찬반 토론은 거의 없습니다. 체포동의 요청이 있는 의원은 직접 해명 발언을 할 수 있지만, 표결이 시작되면 퇴장해야 합니다. 의원들은 무기명 비밀 투표를 하게 되는데, 체포동의안 처리는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