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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결식아동 급식카드까지 업체 돈벌이 수단?

[취재파일] 결식아동 급식카드까지 업체 돈벌이 수단?
결식아동에게 포인트 카드 형태로 급식비를 제공하는 ‘전자 급식카드’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지자체에 따라 한 끼 당 3,000~4,500원씩 급식비를 지원해 식당이나 빵집, 편의점 등의 가맹점에서 쓸 수 있게 하는 건데, 2010년부터 전국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름은 지자체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에선 ‘G드림카드’, 충남에선 ‘꿈자람카드’ 등으로 불립니다.

급식카드 제도는 현금이나 식권 등을 급식비를 지원하던 예전 방식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급식비를 현금으로 나눠줄 땐 아동의 보호자 등이 술이나 담배 등을 사는 데 쓰기도 해서 문제가 생겼고요. 아예 식권으로 나눠주니 ‘결식아동’ 티를 내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 식권을 잘 쓰지 않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급식카드는 신용카드와 거의 다를 바가 없고, 결제할 수 있는 품목을 미리 제한할 수도 있어 앞선 다른 두 방식의 단점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급식카드도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바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급식카드 가맹점은 식당이나 빵집, 마트, 편의점 등의 신청을 받아 지자체에서 지정하는 구조입니다. 초기엔 가맹점이 되길 원하는 점포가 별로 없어 문제였습니다. 신용카드 등에 비해 결제가 늦게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가맹점이 별로 없으니 아이들이 사용할 데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혹 가맹 식당이 있어도 주인의 마뜩치 않아 하는 시선 때문에 아이들의 선호도가 떨어졌죠. 가격도 맞지 않았습니다. 식당에서 된장찌개 하나를 먹으려고 해도 요샌 5,000원이 넘는데, 급식카드는 가장 많이 주는 지자체도 끼니 당 4,500원에 불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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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이들이 선호하게 된 곳이 바로 편의점입니다. 우선, 편의점에선 마음 편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보통 비슷한 또래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식당처럼 눈치 보며 오래 앉아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또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등은 급식카드가 지원하는 끼니 당 3,000~4,000원으로 사먹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무엇보다 식당이 문을 닫는 저녁이나 주말에도 항상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편의점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제로 급식카드 사용률이 높은 경기도 A구의 급식카드 총 이용 빈도를 보면, 편의점이 압도적입니다. 올해 1월과 2월 모두, 총 25개 가맹점 중 아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가맹점이 바로 편의점이었습니다. 편의점과 다소 격차가 있지만, 빵집과 분식집이 나란히 2, 3등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이나 경기 등 대부분 지역에선 아이들의 편의를 위해 거의 모든 편의점 브랜드가 가맹돼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일부 지역에선 그렇지 않았습니다. 충남 대부분 지역과 원주, 울산, 양산 등 한 급식카드 시행사와 계약한 곳에선 이상하게도 GS 편의점에서만 급식카드를 쓸 수 있게 돼 있었습니다. 지역에 따라선 GS 편의점이 하나 있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어서 아이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GS 편의점까지 가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아이들은 아예 편의점 이용을 포기했습니다. 급식카드를 집에 놓고 가끔 간식 사먹을 때나 이용한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다른 편의점도 가맹점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가 다른 편의점을 가맹점으로 등록시키려고 하면, 시행사 측에서 “시스템 연동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며 등록을 미뤘습니다. 지자체에선 정말 시스템 문제이겠거니 하고 넘어갔고요. 그런데데 이상합니다. 다른 지역에선 다 가맹된 편의점들이 왜 유독 이곳에서만 안 됐던 걸까요.

알고 보니, 그 이면엔 시행사와 GS 측의 독점계약이 있었습니다. 2010년 12월 체결된 3자 계약서에 따르면, 시행사가 GS 이외의 다른 편의점을 가맹점으로 받지 않고, 이 조건 하에서 GS의 결제대행 하청업체가 시행사에 월 1,000만 원 이상을 주도록 돼 있습니다. 시행사 전 직원은 SBS와 인터뷰에서 “GS 하청업체가 시행사에 주는 돈은 독점의 대가, 즉 리베이트”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시행사와 GS 측은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결식아동들의 불편은 나 몰라라 한 셈입니다.

시행사 측에선 “독점도 아니고 리베이트도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하청업체가 시행사에 준 돈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준 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독점계약서가 있고 계약 상대인 GS도 독점계약 사실을 이미 인정했습니다. 시행사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앞서 “왜 하필 사회공헌 기금을 사기업에 줬느냐”, “왜 사회공헌 기금 낸다는 계약을 독점을 약속하는 3자 계약서에 포함시켰느냐”는 질문에 먼저 충실히 답해야 할 겁니다.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카드 사업이 단지 업체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결국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지자체에서 이 사업을 업체에만 맡겨두지 말고 보다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게 이번 취재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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