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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노령 애완견, 간병사에 요양 시설까지 등장

일본 현지에서 취재한 노령견 관리를 둘러싼 고민들

[취재파일] 노령 애완견, 간병사에 요양 시설까지 등장
축 늘어진 몸, 힘겨운 호흡, 그리고 혼자서는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 노령견 '하피'를 만난 것은 요코하마의 한 주택가에서 였습니다. 올해 나이 14살, 사람으로 치면 70대 중반에 해당하는 '하피'를 본 첫 느낌은 솔직히 "이런 개가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구나"라는 작은 충격이였다고 할까요? 사고로 뒷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하피'는 바닥에 엎드린 채 힘겹게 숨만 내쉬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죽고 난 뒤 외로움에 하피를 키우게 됐다는 80살의 이토 할머니는 35kg이나 나가는 대형견 '하피'를 옮기다가 허리를 다쳐 지금은 거동도 불편한 상태. 할 수 없이 60대 중반의 아들 내외를 불러 하피를 돌보게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피' 돌보기는 두 노부부에게도 벅찼다고 합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새벽마다 2시간 정도는 '하피'를 돌보기 위해 깨야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을 다닐 때에는 아주 고역이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이 부부는 일주일에 두 번씩 노령견 간병사를 집으로 불러 뒷다리를 들 것으로 지탱한 채 산보도 시키고 털을 빗어주고 마사지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노령견 간병사는 일본에서도 등장한 지 얼마 안 된 신종 직업으로 한 시간에 우리 돈 3만 5천 원을 받고 주인이 돌보기 힘든 노령견들을 대신 돌봐주고 있었습니다. 노령견 간병사는 아직까지는 널리 알려지지 않아 고객이 많지 않지만 전망은 아주 밝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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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물론 일본에서도 이런 상태의 애완견은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애완견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면서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는 줄어 들고 있죠." 노령견 간병사의 말입니다.

애완견을 돌보기가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노령견 전용 요양 시설이 있습니다. 기자가 방문한 도쿄 인근 지바에 위치한 한 요양 시설은 11살부터 18살까지의 노령견 50마리를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이 개들은 대부분 백내장이나 치매,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 시설에 애완견을 맡기는 비용은 한달에 60만 원 정도로 큰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요양소의 대표는 애완견을 맡기는 사람들도 많은 고심 끝에 큰 결단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고 하더군요. 이 시설에는 6명의 여성 종업원들이 근무하며 아픈 애완견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약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발톱을 깎아주고, 우리를 치우고, 먹이를 준비하고... 정말 아픈 환자를 돌보듯 쉴 틈 없이 움직이더군요.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개나 뒷 다리를 질질 끌면서 겨우 움직이는 개, 비틀거리며 마당을 서성이는 개 등을 직접 보면 과연 이렇게 살려두는 것이 이 개들에게 행복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솔직히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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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65세 이상의 노인으로만 구성된 가구 수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서 52.8%(2010년 통계)에 달합니다. 가구 구성원도 평균 2.18명대에 머물고 있는데 노령화와 핵가족화의 절정에 있는 일본에선 그만큼 애완견이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사육되는 애완견은 천 8백만 마리, 애완견도 나이가 들면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사람과 똑같이 늙어갑니다. 과연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지, 생을 다할 때까지 끝까지 돌봐야 하는지... 애완견을 반려견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지는 만큼 노령견에 대한 고민도 점차 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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