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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中 선수단, 런던 올림픽 앞두고 '돼지고기와의 전쟁'

금지약물로 키운 돼지 때문에…잇단 도핑 우려

[취재파일] 中 선수단, 런던 올림픽 앞두고 '돼지고기와의 전쟁'
이달 초 중국 남부의 닝보시에서 'FIVB 월드그랑프리 2012'대회가 열렸습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여자 배구 강국인데 실망스럽게도 1승 4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결승 토너먼트에 오른 6개 팀 가운데 5위를 차지했습니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인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위줴민 여자 대표팀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는데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위 감독은 "대표팀이 중국에 있던 3주 동안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될까봐 돼지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경기에 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힌 겁니다. 위 감독의 이런 해명이 지역 언론에 보도되자 중국 네티즌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황당한 패인이다"라거나 "앞으로 모든 대표팀이 경기에 지면 이런 변명을 하겠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꼭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나섰는데요... 중국청년보는 사설을 통해 "위 감독의 변명을 그냥 웃음거리로만 들어서는 안 된다"며 "런던 올림픽에서 중국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식품 안전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런던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 선수단이 '돼지고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선수단은 선수촌 밖에서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돼지고기를 아예 입에 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목록에 올린 클렌부테롤이 체내에서 검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체육 당국이 촌외에서 육류를 섭취하지 말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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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렌부테롤은 기관지 확장제로 쓰이는데 일부 축산 농가에서 살코기를 늘리고 지방을 줄이기 위해 이 약물을 사용해 돼지를 키우면서 이런 돼지고기를 섭취한 선수들이 종종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 판정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여자 유도의 퉁원은 세계 선수권 대회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제패한 최정예 선수임에도 2010년 도쿄 세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클렌부테롤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바비큐 파티에서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2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수영 대표였던 어유양쿤펑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도핑테스트에서 클렌부테롤이 검출돼 영구 제명됐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 체육 당국은 선수들의 식단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데, 선수들에게 자신이 먹은 식단을 상부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또 일부 선수단은 안전한 육류 섭취를 위해 직접 닭과 돼지를 기르기도 하는데, 마라톤 대표팀의 경우 자체적으로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영 선수단은 최근 40여 일 동안 돼지 고기를 먹지 않고 생선과 단백질 분말로 대체 식단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중국에선 클렌부테롤 돼지고기 말고도 '염색 만두', '하수구 식용유' 등 식품 안전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불량식품 대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달 초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3년 안에 식품 안전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기대반' '우려반'인 상황입니다.

중앙 정부의 지방 정부 연간 업무 평가 항목에 식품 안전 관련 조치의 시행 여부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식품 안전 법규와 안전 검사 기술을 개선하겠다는 건데, 불량 식품을 만들어 손쉽게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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