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덩치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근육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복부에 쌓인 내장지방과 같은 부실 덩어리를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자산에 포함된 대출이 가계부채가 상환불능사태로 퍼질 경우 덩치를 무리하게 키운 만큼 금융권이 더 많은 부실을 떠안아 경제 전반에 부담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은행권은 아직도 덩치 키우기의 결정판인 `메가뱅크'가 경쟁력의 핵심이라 믿고 줄달음치고 있다.
◇ 은행 덩치 키우기 경쟁…`메가뱅크'의 꿈
8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자산은 2011년 12월 말 현재 1천783조원으로 10년 전인 2001년 말(811조원)보다 약 120%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는 국민은행이 258조원으로 가장 크다. 우리은행 234조원, 신한은행 216조원, 기업은행 180조원, 하나은행 151조원, 산업은행 128조원, 외환은행 96조원, 씨티은행 56조원 등이었다.
그동안 은행들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국민은행은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했다. 우리은행은 평화은행을 흡수했다. 또 하나은행은 2002년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은 2006년 조흥은행과 각각 합병해 몸집을 불렸다.
올해 초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이제 우리은행에 시장의 시선이 쏠려 있다. 기존 금융지주 중 한 곳이 인수하면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사태를 맞은 저축은행은 작년 덩치가 `미들급'에서 `플라이급'으로 급격히 줄었다.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2001년 말 23조원에서 2008년 말 69조원, 2009년 말 84조원, 2010년 말 87조원으로 커졌다가 2011년 말 59조원으로 31.6% 작아졌다.
업체별로는 솔로몬 4조9천757억원, 토마토 3조2천272억원, 제일 2조7천78억원, 현대스위스 2조6천945조원 등이었다.
◇ 증권사 10년새 자산규모 4.4배 성장…수익성 뒷걸음
증권사는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꾸준히 덩치를 키웠다.
2001년 말만 해도 증권사 자산 규모는 52조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 말 127조원, 2008년 말 141조원, 2009년 164조원, 2010년 말 200조원에 이어 2011년 말 234조원으로 최근 수년간 급성장을 거듭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도 주가급락이 나타났다가 곧바로 반등세가 이어지며 금융투자업계는 오히려 활력을 되찾았다. 작년 5개 대형 증권사의 유상증자로 전체업계 자산규모도 커진 면도 있다.
하지만 덩치에 비해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뒷걸음질을 쳤다. 위탁수수료에 의존하는 행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리는지를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하향추세에 있다. 2009년 3월 말 0.61%에 달했던 ROA는 2011년 12월 말 0.17%로 떨어졌다. 순자산이 늘어난 만큼 당기순이익 규모가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증권사별로 자산규모 증가세도 차이를 보였다.
우리투자증권은 자산이 작년 말 20조9천273억원으로 업계 1위였고 대우증권이 20조4천116억원, 한국투자증권(16조7천542억원), 미래에셋증권(15조1천644억원) 순이었다.
◇ 카드사, 자산건전성 '폭탄' 될 수도
카드사들은 2002년 카드 대란을 겪은 뒤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다가 최근 수년 새 다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전업 카드사의 자산 규모는 2001년 말 48조원에서 2008년 말 43조원, 2009년 말 44조원으로 정체를 보이다가 2010년 말 54조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작년 말 82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신한카드가 22조3천189억원으로 1위 자리를 지켰고, 삼성카드(16조1천230억원), 현대카드(10조8천519억원) 순으로 컸다. 자산 규모에서는 신생법인 하나SK카드(9조8천106억원)가 롯데카드(7조5천416억원)를 2조원 넘었다.
카드사들은 카드 대란으로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 몸을 사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 증가로 다시 봄을 맞았다가 최근에는 가계부채 문제의 핵으로 떠올랐다.
은행 대출보다 규제가 덜한 카드 대출 잔액은 작년 말 28조2천억원으로 2010년 말보다 3천억원 증가했다. 대출 문턱이 높은 은행 대신 상대적으로 수월한 통로인 카드사를 선택한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말 12조4천억원에 이른 현금서비스도 위험 수위에 달했다. 작년 1∼10월 연체율은 평균 1.8%로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데 연체율도 높아지는 추세여서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보험업계, 끝나지 않은 '왕좌의 게임'
보험은 그동안 외형을 꾸준히 늘려왔지만 생명보험업계의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빅3' 체제는 건재했다.
삼성생명의 작년 말 기준 자산은 155조원으로 업계 총자산의 35.05%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켰다. 대한생명은 67조원, 교보생명은 61조원이었다.
신한생명은 작년 말 자산이 14조원으로 늘며 10년간 7배가량 성장해 돋보였고 동양생명은 13조9천억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손해보험 분야에서는 작년 37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삼성화재가 1위를 달렸으며 손보업계 전체 자산의 27.0%에 달했다.
현대해상은 10년간 자산 증가율이 333.0%에 달했지만 작년 말 자산이 16조원으로 여전히 삼성의 3분의 1수준이다. 동부화재는 10년간 업계 최대 성장률(408.4%)을 기록해 자산 16조원으로 LIG손해보험(14조원)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서울=연합뉴스)
금융권 몸집 불리기 부작용 '복부비만' 우려
증권 몸집은 키웠지만 수익성 뒷걸음<br>카드사 대출 급팽창 건전성 위험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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