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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카드사의 고금리 돈 장사…이용자 80%

[취재파일] 카드사의 고금리 돈 장사…이용자 80%
한때 이명박 대통령이 캐피탈사의 30% 넘는 대출 이자를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금융감독당국이 제도권 금융회사의 고금리 문제를 조사하고 금리를 낮추도록 암묵적으로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권이 왜 사기업 금리 수준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대출 이자를 받으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여론이 더 우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월가점령(Occupy Wallstreet)’ 운동까지 맞물리면서 카드수수료, 은행수수료, 증권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문제로까지 사회적 관심이 번지기도 했는데 당시 여론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주춤했던 고금리 돈 장사가 다시 카드사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계 은행 카드사의 경우 사회적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 기회를 이용해 이자놀이 해 보겠다는 의도인지 도를 넘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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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문제가 위험수위를 넘으면서 금융당국의 규제도 심해져 이미 은행 대출 문턱은 서민들이 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대형 저축은행들 영업정지 이후 제 2금융권에서 돈 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사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은 급전이 필요한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입니다.

그런데 카드사 현금서비스 이자 수준을 살펴봤더니 자신들이 조달하는 금리 수준의 4~5배가 넘는 이자를 대부분의 이용자들에게 부과하고 있었습니다. 이자 수준이 제2 금융회사 수준이 아니라 대부업체의 법적 이자 상한선 39%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육박했습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자료를 분석해 봤더니 5월 말 현재 카드사 현금서비스 이용자 상당수가 카드사들의 일반적인 조달금리 수준인 6%의 4배가 넘는 24%~30% 이상 수수료를 내는 구간에 몰려있었습니다. 개인별 신용등급이나 상황에 따라서 10% 미만부터 세부적으로 구간을 나눠 현금서비스 이자를 차등 적용한다는 카드사 설명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24%~30%까지 내고 있는 고금리 회원 비중이 높은 카드 회사들을 보면 제주은행이 이용자의 90.41%로 가장 많았고, 한국SC은행이  83.59%, 씨티은행은 60.61%가 고금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부산은행은 68.07%, 경남은행은 64.23%, 우리은행도 42.9%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은행에 속해있는 카드사들이 대부분의 이용고객에게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었습니다. 전업계 카드사들은 지난해 말보다는 다소 비율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삼성카드가 고금리 이용자 비중이 55.36%나 됐고, 업계 1위 신한 카드도 49.11%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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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고금리를 받는 카드 회사 가운데 10% 미만의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내고 있는 고객은 전체 이용자 가운데 0.5%~1% 수준인 곳이 많았습니다. 아예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카드사들은 개인 신용도에 따라 이자 수준을 정한다고 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나 카드 론을 받는 순간 해당 정보는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신용평가회사로 넘어갑니다. 대출자가 연체를 했든지 하지 않았든지 개인의 신용등급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동시에 2곳 이상에서 현금서비스나 카드 론을 받으면 신용등급 강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신용등급 책정 기준은 다양하지만 그만큼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는 뜻입니다. 10만 원 이상을 연체하게 되면 훨씬 더 신용등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실제 취재 중에 만난 직장인 김 모씨 같은 경우 아내 몰래 형제에게 돈을 빌려 줄 일이 있어서 카드 현금 서비스를 동시에 몇 차례 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자신의 신용등급이 2등급에서 7등급으로 강등됐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알았다면 카드 현금서비스를 그렇게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란 하소연도 했습니다. 신용등급이 7등급이 되면서 은행 대출은 어려워졌고 카드사에서 돈을 빌릴 때도 이자를 훨씬 더 내게 됐기 때문입니다.

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은 분들을 취재하다 보니 이런 실정이라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자칫 다중채무자를 양산하는 덫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일부 카드사들이 대부업체 수준에 육박하는 고금리를 대부분 대출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경기가 어려워 소득이 줄어든다면 제 때 돈을 갚지 못하는 분들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다른 곳에서 돈 빌리기 더 어려워 지면서 고금리 카드 대출에 얽매이게 될 수 밖에 없을 테니 말입니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가 예정된 상황에서 신용판매 부문 수익 감소를 이자 장사를 통해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당연한 수순으로 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틈만 나면 이자 수준을 높이려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금리 장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용자들이 하나 둘씩 다중채무자로 바뀌고 이들이 한계에 다다를 경우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는 카드사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부담이 돼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일부 카드사들의 지나친 돈 놀이가 소탐대실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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