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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황을 전하는 기자의 고민

[취재파일] 불황을 전하는 기자의 고민
지난 금요일, 불황과 관련된 보도를 했습니다. 백화점들은 사상 처음으로 한 달간의 세일에 들어갔고, 일부 매장은 땡처리를 하거나 80%에 육박하는 폭탄세일을 벌이고 있지만 손님은 별로 많지 않을 정도로 불황의 골이 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언론에서 요즘 ‘불황’은 먹히는 아이템입니다. 불황과 조금이라고 관계있는 내용이라면 뉴스 편집회의를 거의 통과합니다. 지금 우리네 현실을 잘 보여주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소재이기도 하거니와  그로 인해 많은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황이라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리거나 안 팔린다, 소비 패턴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등 불황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라면 뉴스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저를 비롯한 많은 기자들은 요즘 어떻게든 불황과 관련된 아이템을 찾으려고 하고, 실제로 보도되는 양도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불황’이라고 해도 가급적 피하고 싶은 뉴스가 있습니다. ‘불황’자체를 전하는 뉴스가 그것입니다.  ‘불황’이라는 현실을 전달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러한 보도가 ‘불황’을 심화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제가 금요일에 보도했던 뉴스가 이런 류의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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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심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주식시장이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는 해당 회사의 실적에 따라서 움직이지만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서 움직이기도 합니다. 어떤 기업의 주식이 소위 뜰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하게 되면 실제로 주가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죠. 테마주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이런 심리의 영향 때문입니다.

경제 일반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경제라는 말과 함께 심리 또는 기운을 나타내는 ‘기(氣)’자를 써서 ‘경기(景氣)’를 경제의 유의어로 쓰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실이 불황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결과 미래 소득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소비를 늘린다면 경제는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라고 하면 불황은 더 심화되겠죠. 심리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불황이다’라고 전하는 뉴스를 할 때는 고민입니다. 혹시 지금이 불황이라고 하는 보도가 시청자들에게 ‘경제가 어렵다’는 상황 인식을 강화시켜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현재가 불황이라는 보도가 앞으로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보도로 비치지 않을까. 어렵다는 상황인식이 소비를 더욱 줄이게 해서 불황의 골을 심화시키지는 않을까. 지금이 불황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불황이 심화되는 것은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불황 자체를 전하는 뉴스를 할 때는 다른 뉴스를 전할 때 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가급적 기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현실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전하도록 바꾸어 말하면 최대한 건조하게 기사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혹 기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면 현실을 왜곡 혹은 과장할 수도 있고, 그것이 의도치 않는 나비효과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고민은 물론 경기가 좋아져서 불황이 극복된다면 상당부분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한동안 불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니 불황이라는 소재를 뉴스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그리고 불황을 다루는 것 자체가 혹 불황을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기사에 주관이 많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고민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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