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동차 블랙박스에 비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알아보는 순서, 오늘(3일)은 배려없는 운전문화를 고발합니다. 도로가 내 앞마당인 양 남 생각은 전혀 안 하고 마음대로 차를 모는 운전자들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에 담긴 안하무인의 도로, 김범주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강원도 인제의 한 교차로.
녹색 신호를 받고 차들이 하나 둘 출발하는 순간, 반대편에서 차 한 대가 불쑥 불법 좌회전을 시작합니다.
앞서 가던 차와 오토바이는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멈췄지만, 뒤에 오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결국 꼼짝없이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어처구니 없는 이 불법 좌회전의 이유는 '내가 편하려고' 였습니다.
운전자는 바로 저 곳에서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을 해야 집에 가장 빨리 갈 수 있다는 이유로 별 생각 없이 3차선 대로를 가로질렀다고 경찰에 설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 솔직히 귀찮아서 그랬지. 한 70m 내지 100m 가서 유턴을 해가지고 돌아와서 차량을 세워야 하는데.]
자기 갈 길만 생각하고 남들은 피하든 말든 모르겠다는 식의 이른바 무배려 운전.
깜짝 놀라는 정도면 다행이지만 고속도로 출구를 놓쳤다며 핸들을 확 꺾어 벌어진 이 경우처럼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방어운전을 해도 이런 상황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선을 놓쳤다며 거의 90도로 꺾어 들어오는 경우,
[조거연/블랙박스 촬영자 : 일반 차로에서 오던 차가 저는 설 줄 알았는데 서지 않고 계속 진행하더라고요.]
아예 후진하다가 뒤차를 들이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행자를 위해 만든 교통섬에 불쑥 주차를 하고는,
[뭐야 주차해놓은거야? 대박.]
사라지는 운전자도 있습니다.
이런 블랙박스 동영상들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인터넷에 퍼지면서 단순한 공분을 넘어서 우리 교통문화가 이래도 되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냅니다.
[김필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운전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이렇게 올려주게 되면은 좀 더 이런 부분을 보고 자신의 운전 방법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고요.]
이기적인 운전 행태를 고발하는 도로의 관찰자, 블랙박스는 서서히 후진적 교통 문화도 바꿔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채철호, VJ : 김준호, 화면제공 : 네이버 블랙박스동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