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 뮤지컬계에는 이런 흥행 공식이 있었습니다. 잘 생긴 남자배우가 나와야 작품이 뜬다. 그런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을 보면 여주인공을 내세운 뮤지컬이 많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안서현 기자가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기자>
1931년 영등포역에서 기차선로에 뛰어들어 동반 자살한 두 여성.
그 실화를 다룬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일제 강점기 '여성해방'을 열망하던 신여성 두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전체 관객 가운데 여성이 70%를 차지한다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선 이례적인 캐스팅입니다.
뮤지컬계의 오랜 흥행 요건 이른바 '꽃미남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지희/'콩칠팔 새삼륙' 연출 : 여성 관객들이 10, 20대 때 느꼈던 여자들끼리의 우정같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랬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뚱뚱한 10대 소녀가 댄스 경연대회에 출연해 꿈을 이룬다는 내용의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벌써 세번째 재공연되고 있습니다.
뚱뚱한 몸매 때문에 왕따가 된 소녀가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고 자아를 찾아나가는 작품의 주제가 여성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두 마녀가 극을 이끌어 나가는 뮤지컬 '위키드'는 꽃미남 주인공은 없지만 5주 연속 뮤지컬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성 관객 비율도 65%로 여느 뮤지컬 못지 않습니다.
[원종원/뮤지컬 평론가 : 뮤지컬을 단순히 재밌고 화려한 무대로만 생각하다가 이제는 성숙이 되어서 뮤지컬 내에서 자신의 문제, 여성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국내 뮤지컬 산업이 성장하면서 과거의 단순한 흥행공식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관객들의 취향과 눈높이의 변화에 맞춰 뮤지컬 작품의 주제와 내용도 크게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식, 영상편집 : 위원양,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