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투자자문사들이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산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자문사 수는 크게 늘었지만 순이익이 대폭 줄고 문을 닫는 회사도 속출하고 있다.
특화된 자문 서비스 없이 주식투자일임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주가 하락 시 손실을 피할 수가 없고 경기침체 우려가 큰 현재 상황에서는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문업이 자산운용 시장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영업구조 다변화와 신뢰도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또 투자자문사와 혼동을 일으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주범인 유사투자자문사의 명침을 `투자정보제공'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손실 확대…90개사 자본잠식
투자자문업은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이후 크게 성장했다.
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08년 말 92개에 불과했던 전업 투자자문사는 2009년 116개, 2010년 141개, 2011년 159개로 3년간 7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과 비교하면 질적 성장은 기대에 못 미친다.
2011 회계연도(2011.4∼2012.3) 144개 투자자문사의 당기순이익은 379억원으로 전년동기(141사) 877억원에 비해 56.8%(498억원)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008년 303억원, 2009년 338억원, 2010년 877억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이는 자문사들이 특화된 서비스 개발 없이 주식투자일임 업무에 집중한 탓이 크다.
매년 결손이 확대되면서 전체 159개 전업사 중 90개는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문사의 전체 계약고도 줄었다. 2001년 말 23조2천억원으로 전년 말 26조1천억원보다 2조9천억원(11.1%)이나 감소했다.
최근 증시 조정에 따라 수익기반인 자문형랩의 규모가 한 해 동안 2조6천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소형사의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로 투자자문업계의 일부 대형 자문사로의 쏠림현상도 뚜렷하다 브레인투자자문 등 상위 10사의 순이익(551억원)이 전체 순이익(379억원)보다 컸다.
이 때문에 적자를 본 회사는 작년 50개에서 올해 81개로 크게 늘었다.
혁신적 운용기술이 미흡하고 자산운용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보니 경기침체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올해 수익성도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A투자자문 대표는 "하반기에 장이 안 살아나면 상위 몇 개 회사를 빼고는 적자가 속출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영업이익은 계약 수탁고 기준으로 3천억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상위 10개사 제외하면 3천억이 안된다"며 "이렇게 되면 자문사 고유 자금으로 투자해 수익을 내야 하지만 주가지수가 빠졌기 때문에 손실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B투자자문 관계자는 "시장이 이대로라면 올해도 자문사들의 순이익이 급감할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수익구조가 큰 영향을 받다 보니 문을 닫은 자문사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 "새 영역 개발하고 신뢰도 제고해야"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투자자문업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지금이야말로 영업구조와 제도를 정비해 재도약의 기틀을 만들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기관이나 개인의 주식을 대신 운용하는 식의 영업구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언제라도 큰 손실을 볼 수 있고 자산운용 시장을 위축시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자문사도 특화된 영업 영역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투자일임 업무에서 벗어나 채권과 메자닌 등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에 관심을 두는 자문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문사가 주식투자일임에서 벗어나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처럼 자산관리의 측면에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영업구조 다변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책적으로는 헤지펀드 운용을 위한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송민규 연구위원은 "헤지펀드 운용은 투자자문업에서 창의성과 참신성이 강조되는 분야"라며 "헤지펀드 운용과 관련된 진입요건을 낮춰 중소형 헤지펀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참신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자기자본 60억원, 일임재산 5천억원 이상으로 규정된 헤지펀드 운용 자격을 다소 완화하자는 주장이다.
C투자자문 관계자도 "자문사들의 회생과 영업 영역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헤지펀드 거래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투자자문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투자자문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제재 및 퇴출기준을 명확히 정해 실시해야 시장이 건전해진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올해 부실등록, 보고서 미제출, 인력 및 조직 요건 미준수 등의 이유로 4개 자문사의 등록을 취소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문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감시를 강화해 등록취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우량 자문사에 대해서는 운용사 전환을 검토하는 등 투자자문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유사투자자문업이 공인된 투자자문업 중 하나로 오인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연구위원은 "유사투자자문이라는 용어 대신 투자정보제공이라는 용어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것"이라며 "유사투자자문업체가 불공정행위와 연계되면 엄격한 규제 및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벼랑 끝 자문사 솟아날 구멍없나
중소형헤지펀드 활성화ㆍ영업구조 다변화 필요<br>유사투자자문사 명칭 `투자정보제공'으로 변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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