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A형 성격
1950년대, 미국의 심장내과전문의인 마이어 프리드만(Meyer Friedman)은 ‘A형 성격’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A형 성격은 혈액형 A형과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혈액형과 무관하게 특유의 인간 행동 특징을 정의한 것인데, 다음 세 가지 특징이 있으면 A형 성격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특징은 빈번한 적대감(free-floating hostility)입니다. 이 적대감은 작은 일에도 자주 발동됩니다. 두 번째 특징은 성급함과 참을성 없음(time urgency and impatience)입니다. 그렇다 보니 쉽게 자극되고 쉽게 화를 냅니다. 마지막 특징은 경쟁심(competitive drive)입니다. 남보다 잘하기 위해 늘 스트레스를 받고 성과 위주의 태도를 갖게 됩니다. 프리드만은 35세에서 59세 연령의 사람들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했더니, A형 성격의 사람들은 심장혈관질환(coronary artery disease)에 두 배나 더 잘 걸렸다는 연구결과를 논문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 이후 A형 성격은 그야말로 미국의 국가 단어라는 별칭을 받을 만큼 인기 단어가 됐습니다. A형 성격 예방법이 활발하게 연구되었고, A형 성격과 대비되는 B형 성격이라는 단어도 생겨났고, A형과 B형도 아닌 C형 성격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A형 성격은 1990년대까지 세상을 풍미하며 자신을 주제로 한 수많은 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A형 성격에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A형 성격을 가려내는 명확한 분류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뒤이은 의학자들의 연구에서 A형 성격 사람들이 심장혈관질환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듀크 의대에서는 성격 A형의 요소 중에 심혈관 질환 위험 요소는 적대감뿐이라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또 A형 성격이 작위적인 개념이라고 반박하는 학자도 나왔습니다. 프리드만은 생을 마감한 2001년까지 A형 성격을 부르짖었지만, A형 성격은 학계에서 서서히 물러나고 있었습니다.
소심한 D형 성격
그 대신 그자리에 다른 단어가 나왔습니다. 바로 D형 성격입니다. D형 성격은 A형 성격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탄생 배경은 이렇습니다. A형 성격이 관심을 받은 건 심혈관 질환과의 관련성 때문이었는데, 이 부분에 논란이 많아지자 A형 성격이 인기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유럽 심장내과학회와 정신건강 의학회는 심장질환자의 공통된 특징을 따로 뽑아보았습니다. 심장질환자는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두 가지 특징이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바로 부정적인 감정(negative affectivity)과 사회적 억압(social inhibition)입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사람은 네덜란드 틸버그 의대의 요한 데놀레트(Johan Denollet)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인데, 이 두 가지 특징에 대해 7가지 구체적인 사항을 만들어 총 14가지 항목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항목에 대해 0점에서 4점까지 점수를 매깁니다. 그리고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D형 성격으로 진단하는 것인데, A형 성격의 분류기준보다 세분화되고 객관화되어서 의학 연구도구로 사용하기에 적합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D형 성격을 사람들에게 다시 적용해 보았습니다. 일반 사람을 D형 성격과 D형 성격이 아닌 사람으로 구분하고 그들을 10여 년간 추적관찰 했습니다. 그랬더니 D형 성격의 사람은 심장병에 더 잘 걸리고, 심장병에 걸렸을 때 치료에 대한 반응도 좋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 틸버그 의대가 1995년부터 2011년까지 5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D형 성격에 관한 국제 연구들을 모두 종합해봤습니다. 그랬더니 D형 성격은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1.9배 높았고, 우울증 등의 정신과 질환 위험도도 2.6배나 높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병원과 일산 백병원이 성격 D형에 관한 연구를 처음 진행했습니다. 한국인 9백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는데, 우리나라 D형 성격의 비율은 27% 였습니다. 그리고 역시 우리나라에서도 D형 성격은 심장병 위험도가 높았고, 심장병 예후도 더 나빴습니다. 이 때문에 D형 성격은 심장질환이 있는지 검진을 잘 받아봐야 하고, 또 심장병에 걸렸을 때 동반된 정신과적 질환도 함께 치료 받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D형 성격의 14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정적 감정 (Negative Affectivity)에 관한 항목]
1. 사소한 일에도 법석을 떤다 (I often make a fuss about unimportant things)
2. 종종 불행하다 (I often feel unhappy)
3. 자주 자극 받는다 (I am often irritated)
4. 비관적이다 (I take a gloomy view of things)
5. 종종 나쁜 기분이 든다 (I am often in a bad mood)
6. 종종 어떤 일에 대해 걱정한다 (I often find myself worrying about something)
7. 자주 의기소침해진다 (I am often down in the dumps)
[사회적 억압(Social Inhibition)에 관한 항목]
8. 사회적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낀다 (I often feel inhibited in social interactions)
9. 먼저 말을 걸기가 어렵다 (I find it hard to start a conversation)
10. 난 닫힌 사람이다 (I am a closed kind of person)
11.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는 편이다 (I would rather keep other people at a distance)
12.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이야기 주제를 찾기가 어렵다
(When socializing, I don’t find the right things to talk about)
13. 사람들을 만날 때면 신경질적이 된다 (When I meet a lot of people, I get nervous*)
14.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는 게 싫다 (I don’t like to have a lot of people aroun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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