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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귀이빨대칭이의 '비명'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2.06.29 16: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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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귀이빨대칭이의 비명
모양도 이름도 낯선 민물 조개, '귀이빨 대칭이'와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민물조개라고 믿기지않을 만큼 크기가 큰데다 범상치않은 생김새는 단박에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 달 이상 계속된 가뭄에 모내기철을 맞아 논에 물을 대려고 저수지물을 끌어쓰다보니 전국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쳤고 그 가운데서도 충남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물이 말랐습니다.

예산의 예당저수지와 함께 충남의 대표적 저수지인 탑정 저수지 저수율은 지난20일 19%에 그쳤습니다. 저수지 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은 어떻게 살까? 조개 등 다른 생명체들은 괜찮을까? 농작물뿐 아니라 생태계에 직접 미치는 가뭄피해 실상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과 직업적 의무감에 탑정 저수지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눈에 들어온 실상은 머릿속 예상을 과히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물은 간데없고 광활한 진흙땅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은 물기없이 메말라 발을 뗄때마다 흙먼지를 일으켰습니다. 두부 모 처럼 네모로 갈라진 모습은 상투적 표현이긴 하지만 거북등에 비유가 가장 적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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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대체 무엇이 살까? 궁금한 생각도 잠시 갈라진 진흙 틈 사이마다 조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나같이 지표면을 향해 땅위로 입을 치켜들고 처박혀 꼼짝도 안했습니다.

아마도 땅속에서 물을 찾아 밖으로 나오다가 메마른 흙에 갇혀버린것 같았습니다. 대부분 입을 벌리고 이미 폐사한 상태였고 간혹 입을 다문 조개들도 숨이 끊어져가는 듯 보였습니다.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에 생김새가 흔히본 말조개와 사뭇 달랐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알고지내던 생물학과 교수에게 보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진흙틈에 갇혀 죽어가는 조개들이 멸종위기종1급인 '귀이빨대칭이'라고요.

타원형 겁데기에 매끄러운 표면, 껍데기 정수리 부근에 날개같기도하고 닭벼슬처럼 생긴게 튀어나와 있는게 특이했습니다. 껍데기는 검은 바탕에 연녹색을 띠었는데 어미보다 새끼 조개가 더 선명한 녹색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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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재보니 크기가 20cm가량되는것도 있었습니다. 보호가치를 떠나 땡볕에 죽어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갈라진 진흙틈을 뒤져 눈에 보이는 대로 꺼내 모았습니다. 폐사한것은 놔 두고 다행히 입을 벌리지않아 살아있을것 같은 조개들만 모아서 물속으로 던져주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수색에서 발견한 50여 마리 중 살아있는것은 30%가량에 불과했습니다.

6일 뒤인 지난26일 다시 찾았을때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가뭄이 계속 되면서 폐사한 '귀이빨대칭이'가 급속히 늘었고 물이마른지 오래돼 풀밭으로 변한 저수지바닥 곳곳에서도 흔하게 발견됐습니다. '귀이빨 대칭이'는 중국,일본과 함께 우리나라에선 낙동강 유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금강유역에선 아직 발견이 안됐다고 합니다. 이곳 저수지에서 발견된 것은 주민들이 20여년전 진주채취에 활용하려고 낙동강에서 가져와 저수지에 풀어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환경부는 지난2천5년 2월10일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제정됨에 따라 그해 6월10일 '귀이빨대칭이'를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함부로 잡으면 처벌을 받습니다. 강원대 이준상교수는 저수지 중앙에 가두리형식의 임시 피난처를 만들어 살아있는 '귀이빨대칭이'를 옮겨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귀이빨대칭이가 겨울철이면 물이 없는곳에서도 일주일 가량 버틸것으로 보이나 요즘 같은 폭염속에서는 진흙틈에끼여 생존이 불가능할것 이라면서 구조활동을 서둘러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수지 관리를 맡고 있는 농어촌공사는 하루 60만톤 가량의 방류를 일시 중단했고 '귀이빨대칭이'의 구조작업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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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물이 더이상 마르지 않아야 조개 서식지가 보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사용 물이 필요한 농민들의 항의로 방류를 계속 미룰수도 없는 실정입니다. 환경부도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자치단체및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귀이빨대칭이'를 구조해 저수지 안쪽으로 옮기고 급한대로 햇빛을 가릴 차광막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또 '귀이빨대칭이'서식밀도를 조사한 뒤 종합적인 보호대책을 세우기로했습니다. '귀이빨대칭이'의 폐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낙동강유역 4대강 공사구간에서도 떼죽음을 한채 발견됐습니다. 4대강 공사와 가뭄은 본질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재가 아니라 천재라고 주장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농사용 수로정비,수원확보,관정개발등을 통해 가뭄의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수 있습니다. 그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사후약방문식 호들갑,답이 궁하면 하늘에 책임을 떠넘기는 후안무치한 처사가 되풀이돼선 안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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