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웃도어 의류 시장과 캠핑용품 시장은 똑같은 게 있다. 경쟁업체가 늘어나고 상품수가 증가하는데도 오히려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경제학 원론을 보면 시장경제에서 공급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고품질의 상품을 저가로 공급해 시장을 더 장악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다. 과점 시장처럼 3, 4개 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참 이상하게도 가격은 매년 올라가기만 한다. 그것도 아주 급격하고 가파르게...
우리나라 캠핑용품 매출 1위 브랜드가 있다. 지난해 전체 캠핑용품 시장 매출의 1/3 이상 차지한 업체다. 이 업체는 랜턴과 가스버너로 유명한 업체였다. 이 기업을 캠핑 용품 시장에 자리잡게 해준 텐트가 있는데 우리나라 1세대 거실형 텐트라고 불리는 텐트다. 2008년에 전체 풀세트가 85만 원정도 했다. 그 때도 비쌌지만, 그래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성공했다. 기존 텐트에 거실을 붙인(잘 나가던 일본 브랜드 제품을 따라한 것이지만) 대형텐트가 한국에서 완판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러더니 매년 가격이 올라간다. 뭐 업그레이드도 했고, 일부 변경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 가격을 보면 130만 원이다. 그것도 판매가이지 홈페이지에 가보면 소비자가는 160만 원을 넘게 붙여 놨다. 지난 4년 동안 50% 넘게 올랐다. 업체에다 물어봤다. 왜 그렇게 가격이 오르는지...답은 뻔했다. 신제품 개발비용과 AS 비용, 그리고 광고비 등을 포함하면 비싼 게 아니라는 거다. 회사 내부 자료를 볼 수가 없으니 회사 주장을 반박하기 어렵다. 그런데 신제품도 아니어서 연구비도 안 들어갈테고 디자인 비용도 없을 테고... AS비용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일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50%도 넘게 올리는 것은 상식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 업체는 또 항변한다. 우리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 수입 브랜드의 가격 상승도 심각하다고... 동감한다. 수입 브랜드의 가격도 심각하게 비싸다. 상승폭도 문제지만 기본 가격 자체가 비싸다. 웬만한 캠핑족들은 다 아는 일본 브랜드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시장 매출 3위를 기록한 업체다. 미국에서도 실패하고 유럽에서도 실패했는데 이상하게 한국에서만 승승장구한다. 2010년인가 이 기업의 전체 매출, 그러니까 일본 시장까지 포함한 전체 매출에서 우리나라가 25%인가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많이 사주는 나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 회사 제품의 가격은 들으면 다들 놀라곤 한다. 이번에 캠핑용품 가격을 취재하면서 한번 뽑아봤다. 4인가족 기준으로 필수용품만 골라서 한번 정리해봤더니 헉... 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처음에는 요즘 유행하는 야전 침대도 항목에 넣었고, 엄마들이 좋아하는 부엌 가구도 넣었다. 그랬더니 천오백만 원이 넘었다. 이러다간 너무 심하다고 이의가 들어올까봐 오히려 품목을 빼줬다. 그래도 천만 원이 넘었다. 거실형 텐트 하나가 230만 원이고 테이블 하나가 30만 원이 넘으니 천만 원 넘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 텐트팩을 박는 망치가 10만 원이 넘는다.
원래부터 비쌌는데 이 회사도 2008년부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다. 이 회사의 유명한 거실형 텐트는 103만 원 하던 게 이제는 148만 원이 넘는다. 역시 40%가 넘는 가격 상승률을 기록한다.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30% 이상 비싸졌다. 특히 기분이 별로였던 건 이 회사의 미국 공식 사이트를 보고 난 뒤다.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 판매 사이트를 들어가봤더니 일부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은 바보짓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에서 140만 원을 넘게 받는 텐트는 750달러에 팔고 있었고, 다른 일부 텐트는 절반 값을 받고 있었다. 15만 원을 받는 랜턴은 85달러에 팔고 있었다. 한국에서 비싸게 받고 있다는 말이 언짢다면 이 회사는 미국에서 한국 판매가에 3, 40% 할인판매 행사를 일년내내 하고 있었다.
이 회사만 그런가. 그렇지도 않다. 세계 캠핑용품 시장 1위 업체도 역시 비싸졌다. 캠핑족들이 꼭 갖고 싶어하는 랜턴이 있는데 4년 전 15만 원 하던 게 이제는 23만 원을 받는다. 비교적 저렴하고 합리적이었던 이 회사도 최근 제품을 최고급으로 대부분 교체하고 가격도 올렸다. 과거에 볼 수 있었던 저렴하고 합리적인 제품들은 씨가 말라가고 있었다.
이렇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캠핑용품의 원가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렇게 가격들을 올려대는지 알고 싶었다. 제조원가 공식자료를 보고 싶었지만 역시 보안은 철저했다. 관세청, 국세청, 국회 등 아는 인맥을 모두 동원해 수소문해봤지만 실패했다. 이 회사의 제조원가가 안 되면 수입원가라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 실패...
어떡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순간 다행히 신념이 있는 한 분을 만나게 됐다. 이 시장에서 중간 유통을 하는 분인데 대형회사들의 캠핑용품에 가격 거품이 끼어있다고 생각하던 분이다. 이 분을 통해 전체 용품은 아니었지만, 일부 용품의 제조원가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필수용품인 텐트와 침낭의 원가를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조심스럽게 시장조사를 마치고 연락이 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0만 원을 넘나드는 거실형 대형 텐트의 경우 제조공장 공임을 붙여도 60만 원이 넘지 않았다. 그것도 순수 재료비만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대량 주문하면 더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침낭도 마찬가지다 5, 60만 원 받는 오리털 침낭은 15만 원 정도가 제조 원가였다. 100만 원을 호가하는 거위털 침낭도 30만 원이 넘지 않았다.
고가의 제품,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비 행태가 문제일 수도 있다. 캠핑장에서도 허세를 부리고 싶어하는 허영심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난히 한국에서 캠핑용품 공동구매가 뜨거운 것을 주목해야 한다. 왜 사람들이 인터넷을 뒤지는 불편을 감수하고 한참을 기다려야하고 AS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인터넷 공동구매에 몰두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캠핑용품 가격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첨언...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를 해보았다. 혹시 캠핑용품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 있느냐고. 공식적인 답변은 아직은 없다는 것이었다. 공식적인 입장은 그러했지만, 관심은 많이 갖고 있었다. 용품 가격 형성에 대해 들여다볼 용의가 충분히 있었다. 3, 4개월이 넘게 걸리는 일반적인 조사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캠핑시즌 시작 전에는 공정위가 캠핑용품 시장을 한번 살펴볼 것이라는데 한 표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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