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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년 만에 완공된 고층아파트…새로운 '평양 속도'란?

[취재파일] 1년 만에 완공된 고층아파트…새로운 '평양 속도'란?
평양 만수대지구 창전거리 준공식의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6월 20일 녹화중계됐다. 인민문화궁전과 김일성광장이 자리한 평양 중심부에서 대동강을 따라가다 보면 높게 들어서 있는 만수대지구. 45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이 곳은 평양에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게 됐다.  만수대지구 건설의 중요성을 시사하듯 이날 준공식에는 당정군의 고위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총리, 최룡해 총정치국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김기남 비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등 김정은 제1비서를 제외한 간부들이 거의 총출동했고, 84세의 김영남은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당중앙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전달하는 공동축하문의 내용을 20분에 걸쳐 연설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연설한 공동축하문의 내용에 따르면, 창전거리 건설은 김정일 위원장이 친히 발기한 뒤 애정을 가지고 추진한 사업이다. 김일성 주석 출생 100주년을 계기로 수도건설 구상에서 대용단을 내린 김 위원장이 생애 마지막 시기까지 창전거리 건설을 위해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훈을 받아 안아 김정은 제1비서가 만수대지구의 완공을 이끌었으니, 만수대지구 ‘초고층 살림집 건설’은 김정은 비서가 내세울 수 있는 중요한 업적으로 자리매김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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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선군시대 새로운 평양속도 창조’

북한은 창전거리 준공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하고 만수대지구 건설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연이어 방송하면서 ‘선군시대의 새로운 평양 속도’가 창조됐다고 강조했다. 건설역사에 전례가 없는 비상한 속도로 건설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이 만수대지구의 착공식을 진행한 날이 2011년 5월 22일, 준공식을 진행한 날이 2012년 6월 20일이니, 45층 높이의 고층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데 불과 13개월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공사가 진행되었기에 이런 빠른 건설이 가능했던 것일까?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공사를 시작한 지 14일 만에 50여동에 달하는 낡은 건물 해체작업이 마무리됐고, 한 달도 안되는 동안 수십만 입방미터의 건물 기초 굴착공사가 끝났다. 골조공사에 들어가서는 이틀에 한 층, 심지어 30시간 동안 한 층을 올리는 기적이 창조됐고, 인민군의 한 부대는 17시간에 한 층을 올리는 놀라운 기적까지 만들었다. 이러한 건설 속도에 힘입어 지상 골조 공사에 진입한 지 40여일 만에 26층 골조 공사가 완공됐고, 80여일 만에 45층 공사가 끝나기도 했다.

인민대학습당의 과학자들은 100% 국산 원료를 사용해 이전 시기보다 효능이 수십배 높은 콘크리트 경화촉진제를 개발해 건설장의 공사속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또, 하루일과를 끝내고 건설장을 찾은 수많은 단위의 야간지원 돌격대들이 공사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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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모 건설회사 관계자는 북한이 자랑하는 이같은 건설 속도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경화촉진제를 사용해 콘크리트를 빨리 굳게 하고 비용과 관계없이 엄청난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면 많은 공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아파트가 제대로 시공됐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한다. 초속성 고층 아파트의 안전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다는 얘기이다.

보여주기식 성과주의’ 경계해야 

높은 정치적 자각을 가지고 짧은 시간에 일을 진행한다는 속도전은 기본적으로 남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속도전이 끝난 뒤 ‘짧은 시간 안에 무엇무엇을 이뤘다’는 성과에 대한 선전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속도전은 그 속성상 내실보다는 ‘보여주기식 성과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년여만에 모든 공사를 끝낸 만수대지구 고층아파트 건설은 앞서 언급한대로 김정은 제1비서의 업적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집권 후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낸 김정은 비서로서는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김 비서가 이런 속도전식 건설에서 만족을 얻는데 익숙해진다면, 북한경제 회생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표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침체된 북한경제를 회생시키는 일은 좀처럼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험난한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비서가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에 빠져드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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